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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직과 업무, 그리고 제품

조직과 업무, 그리고 제품

Stories
( younjin.jeong@gmail.com, 정윤진 )

오랜만에 전에 다니던 회사의 임원분과, 부사수로 뽑아 놓고 미처 데려오지는 못했던 후임,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먹어주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만나고 왔다. 오랜만의 송파 나들이는 참 일하면서 왜 그렇게 올림픽 공원에 자주 가서 머리를 식히지 못했었나 하는 아쉬움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하루였달까.

가끔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인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무엇에 그리 미쳤는지 내가 해결 할 수 있거나, 내가 무언가 이룰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갈망이 날이 갈 수록 커지기만 한다. 그로인한 수혜는 지난 수년간 한해한해 무언가 얻지 못했던 한해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시스템의 Implementation 이란, 한번 구축하게 되면 자주 손댈일이 없는 마치 저수지와 같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회를 통해 새로운 시스템들, 새로운 서비스들에 몸담아 그 구조를 생각하고 그 구현을 이루어 냈다. 심플렉스 인터넷을 다니던 시절부터, 기술이사님과 나누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그리고 실제 서비스에 반영할 수많은 오픈 소스들에 대한 사전 연구, 서비스 도입 여부의 타진, 관계 부서장들과의 흡연실 생활 등등등 2년이 채 안되는 기간에 했던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일들을 정말 즐겁게, 또 다이나믹하게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대화 하며 정보를 나누는, 어떻게 보면 현재 내가 어떻게 시스템을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수많은 엔트리 포인트를 남겨주었던 회사였다. 아니, 회사도 회사지만 난 아직도 그 기술이사님을 사수로 생각한다.  뭐, 살다보니 서운하게 해 드린 경우도 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개념없이 남의 문제 생긴 시스템을 분석해 주겠다고 솔로 컨설턴트로 활동한 적도 많았다. 나름 5개 이상의 업체와 그들의 시스템적인 문제들, 이를테면 리눅스 솔루션의 솔라리스 포팅이라던가, HPC 클러스터의 구성, 턱시도와 오라클 관련 이슈들, 웹로직을 필두로 한 각종 WAS의 JSP 메모리 leak 추적 등. 매번 매달렸고, 매번 성공했었다. 사실 성공하지 못하면 보수 자체가 없는 것과 더불어, 계약으로 인해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심리적 마지노선의 역할이 중대 했을 수도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호기심이 아니었을까. 어려울 것 같은 문제는 오히려 쉽게 눈에 띄었고, 쉬울것 같은 문제는 언제나 바로 옆에 있는 답을 알아내기위해 숱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미쳤던게 아닐까.

그 다음 회사도 심각한 시스템/네트워크/스토리지 전반에 문제를 안고 있었고, 그 문제를 해결 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입사해서 2년을 다녔다. 일본이 주 고객이었던 탓에 총체적인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한달에 한번의 작업 공지만 허용 되었고, 따라서 모든 것을 처리하는데 총 3개월이 걸렸다. L4 이중화 설정, MSSQL SAN 클러스터, IP Aliasing 을 사용한 다수의 닷넷 서버들. 데이터 센터의 찬바람을 도와주는이 없이 혼자 3개월을 맞고나니, 무릎에 건염이라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걸을수도 없는 통증에 모든 작업 이후에는 일주일을 앓아 누워있기도.

그 회사를 수많았던 이유로 인해 정리하고, KT 클라우드에 뛰어든지 다음달이면 이제 만 1년이다. 컴퓨트 클라우드의 구성, 그리고 자동화, DevOps 로서의 역할, 최초 구성단계의 수많았던 시행 착오들을 거치면서 컴퓨트 클라우드 프로젝트는 마무리로 달려가고, 스토리지 클라우드에 몸담아 해외 벤처와의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하다 보니, 이게 또 사람이라고 그 짧은 1년에 얻은 수확이 적지않다. 이 회사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음 프로젝트들이 줄 서 있고, 이제는 진정한 기술 컨설턴트로서 한발짝 한발짝 다가가고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나서 만난 오늘의 지인들은, 각자의 고민을 내가 함께 지내왔던 시간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채 가지고들 있었다. 조직 내에서의 인간관계, 기술 신뢰도가 떨어지는 협업 구성원들에 대한 불만, 팀의 무관심으로 인한 핵심 업무의 관계 없는 다른 팀으로의 이전 등등. 이 분들의 고민을 듣던 와중에 문득 느꼈던 것은, 지난 1년의 경험으로 다시 한번 그런 상태들을 해결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라는 것이었다. 물론, 냉정하게 이야기 해서 컨설턴트로의 방문이 아닌 이상, 즉 각 조직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는 레벨로의 투입은 의미가 없다. 그리고 대기업과 동일하게 발생하는 중소기업의 인력으로 인한 문제는 대기업보다 더 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인력 관리가 쉬웠어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은 강남의 화류계에도 없으리라.

해답없는 고민들 속에서 스스로의 미래들을 생각하는 모습은 지인들의 보다 좋은 미래에 대한 즐거운 상상으로 이어지게 한다. 어느회사건 내 등 쳐먹었던 회사가 아닌 이상 불편한 관계로 정리 했던 적이 없으며, 그 조직들에 있었던 좋은 사람들은 언제 만나도 즐겁다. 다만, 일견 불합리해 보이는 구성이라도 관리의 입장에서 조율 해야 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것이며, 그 사람들 사이에 연계 되어 있는 여러가지 관계의 매듭이 꼬인데 더 꼬여있는 모습은 진정 유쾌한 광경은 아니리라.


문득, 그런 결론을 내려본다. 서비스를 제대로 만들고 싶고, 좋은 아이템을 추구하고, 잘 팔아먹을 궁리를 하는 이 모든 활동을 통해서 전체의 이익을 상승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은, 눈 앞의 패스워드 권한따위와 같은, 같지도 않은 이권에는 관심도 없다. 그것은 이권이 아니라 도구일 뿐일텐데, 이를 권력으로 승화시키려는 움직임은 또한 어느 조직에나 있기에 서글프기도 하다. 큰 기업에는 그들의 룰이 있고, 작은 기업에는 큰 기업이 가지지 못한 무엇이 필요하지 않겠나. 밥그릇이 소중하면 지키려고 하지말고, 농사를 더 잘 짓는 방법을 생각해는 그런 힘 말이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런 프로젝트 그룹의 힘, 또 그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아래서, 일을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는지 배워가는 후임들을 양성하는, 그런 힘들.
친하다고 전문가 제쳐두고 지 후임한테 일줘서 프로젝트 말아먹는 그따위짓 말고 말이다.


많은 생각이 드는 밤이다. 난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 younjin.jeong@gmail.com, 정윤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