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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첫사랑은 기억속에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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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jin.jeong@gmail.com , 정윤진 )


첫사랑이죠



일본의 조그마한 호텔방 안에 편의점에서 사온 돈까스 도시락과 노트북을 책상에 펴 두고 입에 밥알 반 돈까스 반을 우물 거리던 중  Youtube 로 보고 있던, 일전에도 포스팅 했던 어느 예능의 '어부바' 에피소드에 BGM으로 깔렸던 그 노래.
입안에 음식을 가득 물고 우물 거리던 채로 노트북의 12인치 작은 화면과 찢어지는 듯한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노래에  눈물을 찔끔 쏟을 것 같았던,  그런 기억이 이 노래와의 첫 만남.

가수가 누군지도 몰랐고, 노래는 더더욱 몰랐지만 뭔가 슬펐던 그 음악.

굳이 찾아서 들어야겠다 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는 2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빗소리에 문득 기억이 나서 구글링.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만히 들어 보면, 가사는 참 아름다우면서도 뭔가 꽁냥이질이 나올것만 같은 닭살 스러움이 있는, 즐거워 져야만 하는 노래 같지만 왜 나는 비행기 착륙할 때의 하강기류를 만나 위장이 턱으로 올라오는 듯한 느낌의 슬픔이 밀려오는지 모를 일이다.

가사를 주욱 적어 보자면,


첫사랑이죠 - 나윤권,아이유

어쩜 우리 어쩜 지금 어쩜 여기
둘이 됐을까요
흐르는 시간 별처럼 많은 사람 속에..

내 맘 가득 그대 소복소복 쌓여요
내 마음 속 내 눈 가득 온통 그대
소복소복 쌓여요
차가운 손끝까지 소리없이 따뜻해 지나봐..

말하지 않아도 우리 마주 본 두 눈에 가득 차 있죠
이젠 그대 아플 때 내가 이마 짚어줄 거예요
겁내지 말아요 우리 꿈처럼 설레는 첫사랑이죠
조심스럽게 또 하루하루 늘 차곡차곡 사랑할게요..

그댈 떠올리면 발그레해지는 맘
그대 얼굴 그 목소리 떠올리면 발그레해지는 맘
하얗게 얼어있던 추운 하루 녹아내리나봐..

보이지 않아도 우리 마주 쥔 두 손이 참 따뜻하죠
그대 잠 못 드는 밤 내가 두 볼 감싸줄 거예요
서로를 믿어요 우리 별처럼 반짝일 첫사랑이죠
두근거려도 또 한발 한발 좀 더 가까이..

반가운 첫눈처럼 나에게 온 그대와 첫 입맞춤을 하고파
들려요 그대 마음 세상엔 우리 둘 뿐 인가봐..

말하지 않아도 우리 마주 본 두 눈에 가득 차 있죠
이젠 그대 아플 때 내가 이마 짚어줄 거예요
겁내지 말아요 우리 꿈처럼 설레는 첫사랑이죠
조심스럽게 또 하루하루 늘 차곡차곡 사랑할게요
You`re my first love...


첫사랑이라는 머리털 나고 나와 다른 염색체를 지닌 사람에 빠져 한마디에 가슴아프고 손짓 하나에 기쁘게 되는 '타인으로 인한 한시적 조울중' 비슷한 열병이 바로 이 노래의 주제.

받아 줄런지 안받아 줄런지 모를 알쏭달쏭한 날들을 끙끙 앓으며 버티다 버티다 드디어 참을성의 한계로인해 용자가 되어 수줍고도 힘든 고백의 단계를 지나 서로가 가까워 지는 설레임에 대하여, 세상 사는 사람 누구라도 한번은 느꼈을 가슴 뛰는 그 감정과 상황에 대한 노래를 들으며 왜 가슴이 먹먹해 지는지  나름 짱구를 굴려 보았는데.

누구에게나 그 시작은 참 아름답고 순수하며 사심없이 그사람의 웃음을 위해 목숨이라도 던질 수 있다는, 이해 관계 따위는 이미 아스트랄한 세계로 던져 대뇌 피질의 모든 것이 상대방의 행동 하나 하나를 새기기 위해 생겨났다고 믿을 정도로 단지 "그대를 위해" 라는 혼자만의 대명제 안에서 무엇이라도 할 것만 같던 시간들.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나면 그런 시간의 끝자락 마저 아름답고 순수했다고 느낄 테지만, 두루마리 휴지 한덩이를 스텐드만 켜진 책상의 눈물을 지우느라 다 써버렸던 시간을 겪고 있는 와중에는 세상에 절망도 그런 절망이 없을테다.

그대들 그리도 가깝고 행복해 지고 있지만,  그래서 '뇌'의 모든 기능을 상대방에 대한 모든 것의 기억에 쏟아 붇지만
결국 그 모든것이 잊어야 할 기억이 되었을때 만큼 슬픈일이 있던가. 

반대로 상대방의 문자 한통에, 수화기 넘어 들리는 나직한 한마디에 세상을 얻은 것 같은 그런 기분 좋은 일이 살면서 또 있었던가.



원점으로 돌아가 그럼 왜 이 노래가 참 슬플까 하는데는, 뭐 나는 예술적 감각에 대해서는 이미 블로그 제목에서 부터 "저 그런사람 아닙니다" 라고 강하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에, 철학적 용어 전혀 없는 완전 주관적인 이유를 들어 보자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짙고도 강한, 어찌할 수 없는 향수"

가 아닐까 싶다.

더 쉽게 말하면 "이제는 절대 그런 사랑은 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뭔가 자괴적인 느낌?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뜨거웠던 적이 있었는 지를 고민하지 않으며,
다만 '무엇에' 뜨거워 져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나이.

첫사랑이라는 나에게만은 소중했던 별들만큼 많은 사람들 속의 기억에서,
1곡 무한 반복으로 들으며 일을 하고 있는 현실이 애처로와 적어 본다.


이 모든 것은 그저,

"비와서 그래."


http://www.youtube.com/watch?v=aqRhvYIpkgU


( younjin.jeong@gmail.com , 정윤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