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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하기엔 웬지 오글거리는 일기장 기분'에 해당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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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으로 사는 이야기

Stories
( younjin.jeong@gmail.com , 정윤진 )


Starbucks, Tokyo

Starbucks, Tokyo




클라우드네 쉐프네 하면서 2010년을 정신없이 보내고 보니 어느덧 새해가 밝은지 50일도 넘어 버렸다. 
어째 연말 정산은 매년 토해내기만 하는지 일하는 것 말고는 정말 어느것 하나 재주가 없나보다. 그 흔한 신용카드 한장 없이 살면서 부지런히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타고난건지 언젠가부터 생긴 트라우마 때문인건지 한번씩 우울증이 도지면 몸 상해 가는일에 돈 써버리기도 부지기수. 

작년 연말 부터 뭔가 스텝이 하나 둘 꼬이는 기분이 들더니, 이제 이 꼬였던 모든 것들이 결실을 이루려는지 뭔가 전방위적인 압박감을 느끼면서 지내고 있다.  굳이 그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해 보았던  연애의 실패, 그로인한 충격, 회복에 걸렸던 되돌이켜 보면 언제나 무의미하게 보낸 부지기수의 시간들, 그리고 회의.

28살 때까지만 해도 내인생에 후회란 단어는 없게끔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살도록 하겠다 하며 호언 장담을 하곤 했고, 또 그때 까지는 그런식으로 살아 지는 듯 하더니, 이게 삼십줄을 넘기면서 생긴 개인적 일들이 모두 후회 투성이다. 

물론 일이야 매번  빠지면 정신을 못차리고 끝낼 때 까지 달리는 성격이라 큰 문제는 없고, 또 그런 방식의 삶이 가져다 주는 경제적 및 개인적 자부심을 채워주기엔 충분 했지만, 일 이외의 모든 것들에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연히 생겨야 하는 센스들이 없다보니, 이건 뭐 겪는 일 마다 경험으로서 데이터베이스 화 되지 않고 오히려 트라우마 꺼리만 계속 재생산 해 내는 천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악재가 겹치고 있달까. 

주말까지 끝냈으면 하는 원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제 밤 간밤에 들이 부은 술 탓인지 정말 오랜만에 진지하게 사랑이라는 오글거리는 주제를 생각해 보았다.  그래, 일 말고는 다른 재주는 없다손 치더라도, 이 사랑이란건 자주 새드엔딩을 보게 되더라도 매번 이번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해야지 라는 기대로 살아가야 하건만,  남들 다 잘하는 듯 보이는 연애라는 주제가 왜 나한테만 오면 엉망이 되는지와 함께 혼자만의 생각의 결과는. 

"상대에게 마음을 너무 주고나서, 그 감정의 속도를 주체하지 못해 스스로 붕괴하곤 한다." 

왜, 모든걸 자신에게 맞게 알아서 해 주기를 바라면서 또 자신만을 좋아 해 주기를 바라면서, 또 그렇게 해 주면 좋아하면서 넌 너무 생각이 많아 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잘 안되곤 했다.  

솔직히 아직도 그런건 잘 모르겠다.  다음번에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도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는 자신도 없다.  아마도 내게는 이런식으로 맞는 사람이 없거나 아니면 내가 너무 이상해서 잘 될 수 없거나 하겠다 라는 정도의 결론이랄까. 

사랑에 실패한 후에 자빠져 있는 시간이 길면 길 수록 결국 내 손해인 것 같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슬퍼하고 있는 대신 다른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것이 더 좋은 나중의 상황을 만들 것이다 라는 생각은 점점 더 강하게 든다. 
이제껏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나의 그런 부분들은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한가지 확실한 점은 보다 무덤덤하고 보다 평소처럼 안정되게 살아갈 때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점과,  이제는 누구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랑 못할 것 같다 하는 감정보다는, 원체 못하는 거라 자주 해 봐야 괴로워 할 시간들만 늘어날 거라는 점에서 가급적 안하고 싶다. 

나 스스로도 돌보지 못하고 심적 평정을 찾지 못하는데, 다른 누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적절한 시기가 올 때 까지 그저 스스로를 가다듬고 하던일 더욱 열심히 하며, 자동차나 기계 그리고 평소에 관심이 많은 것들에 보다 신경을 쓰면서 살고 싶다.  물론 한번씩 찾아오는 우울함을 다스리는게 쉽지 않겠지만, 비오는 날 쇼팽과 함께 드라이브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해 본다. 


등록금이다, 구제역이다, 이런 저런 일로 흉흉한게 많아서 그냥 살아가기에도 빠듯하고, 젊은이들이던 가장이던 목숨걸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게다가 내가 제일 싫어 하는 짓거리 중에 하나가 죽은자식 불알 만지는 행동 아닌가.  
못하는건 못하는거고, 아닌건 아닌거다.  생각이 많아도 침묵이 금이라는 격언을 실천해 가며, 나의 30대를 잘 다듬어 40대를 준비해야 겠다. 

그리고, 당연한 말을 써 두어야 할 것 같은 말은, 어떤식으로든 여기씌여진 감정으로 나와 엮였던 분들께 감사드린다.  종국에야 당연히 힘들게 되었지만,  온전한 정신을 다해 사랑 할 수 있었던, 그래서 행복했던 시간들 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런 글, 3년에 한번 쯤은 쓰는 듯.  Cloud Connect 준비나 해야지.  ( http://www.cloudconnectevent.com/ )
아, 물론 이 아래의 짧은글을 읽고 손발이 오글거리게 되는건 저의 책임이 아님을 미리 밝혀두는 바입니..;; 

Wired Man



- 고문 - 

수 많은 새드 엔딩 너머에 
단 하나의 해피 엔딩이 
한 개인의 연애사 라면 

그것 만으로 삶은 
충분히 잔인하지 않은가. 

하지만 더 가혹한 진실은 
지금 만들고 있는 인연이 
해피엔딩일 거라 
굳게 믿어야 한다는 것. 



- 노비 - 

네게 빠져들면서 
완벽하게 노예가 되었지만 
능숙하게 복종하지 못했다. 

지리한 기다림에 순종하는 것이 
고달픈 그리움에 좌절하는 것이 
실패의 씁쓸함에 후회하는 것이 
버려진 노예의 숙명이란 걸 
알았더라면. 

스쳐지나는 목소리 하나 
스쳐지나는 눈빛 하나 
스쳐지나는 향기 하나 

그런 것들이 
훨씬 더 고통 스러울 것이란걸 
알았더라면. 

낙인을 거부 할 수 있었을까. 



- 망각 - 

담배 타 들어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운전대의 차가움에 손가락 마디마다 시려온다. 
귀에 거슬리는 라디오의 시시콜콜한 대중가요. 

잊게 되기를 바라진 않는다. 다만, 
조금 덜 자주 생각 났으면 하는 바람 뿐. 

시간이라는 모호한 조력자의 도움은
기억이라는 생물 본연의 영역으로 
손길이 미치지 않는가 보다. 



( younjin.jeong@gmail.com , 정윤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