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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jin.jeong@gmail.com, 정윤진)

국내에서 일을 하다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국내에서 컨설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견들이 각각 있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기술 컨설팅이기 때문에 내 입으로 뱉은 말은 적어도 구현이 되어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뱉어 놓고 동작 안하면 그건 곧 신뢰의 상실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첫 대면에 해법을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뭐 도둑놈들 이라는 시각을 내가 그게 아닙니다 할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Consul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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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의 벤처와 일을 본격적으로 한지 대략 1년여가 흘러가고, 그 사이에 많은 벤처 및 그들의 솔루션에 대한 소개 자료들을 받아서 검토해 보면서 느낀건, 참 일하는 방법들 많이 다르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 및 그들 업체의 기술자라고 해도 각양각색 천차만별이어서, 누구는 정말 대단하기도 하고, 어떤이는 또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사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거나, 아니면 일반적으로 보편적인 수준의 기술자들이 참 많은데 이들이 우리나라 기업과 일을 하게 되면 필요 이상의 신뢰를 확보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게 참 어떻게 보면 신비스러운 부분인데, 나름 찬찬히 생각해 보니 이건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이 함께 일하게 되는 경우 한국 회사간의 갑-을 관계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컨설팅이라는건 기본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조직에 적재적소의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행하는 일련의 작업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생각 해 보면, "작업의 의뢰" 란 결국 "도움의 요청"이며, 이 도움에 "댓가"를 지불하기 때문에 실제 업무 관계에 있어서는 오히려 영향력이 외부업체에 더 많이 실리게 되는, 한국 회사간의 관계에서는 참으로 찾아 보기 힘든 사태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도움을 주는 주체가 외국인을 주축으로 구성되었다면, 도움에 대한 대가는 수직 상승 하게 된다.

이는 역으로 이야기 해 본다면, 같은 한국 회사들 간의 협력에 보통 상하관계가 형성 되는 것이 올바른가 하는 이야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분들 중에는, 실제 개인적인 인간관계에 있어서 별 문제없는, 아니 오히려 친근해 보이기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외국인을 주력으로 구성된 컨설팅 팀에 대하는 태도와, 필요한 물품을 납품하는 국내 업체의 인력들을 대하는 태도가 극히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를 많이 목격해 왔다.

왜 그럴까? 

좀 다른 이야기지만, 얼마전 샌디에고의 퀄컴 본사에 입사한 커널 엔지니어이자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해외와 국내, 더 정확하게는 미국과 한국의 기업들이 사람을 채용하는데 필요한 요구조건을 확인하는데 굉장히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일종의 스펙 공화국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따라서 국내 1위의 대기업이라고 해도 인터뷰는 보통 이력서를 중심으로 구술하는 형태로 진행 된다. "어디서 뭐했구요, 뭘 배웠구요, 토익은 몇점이고 자격증은 뭐를 가지고 있어요" 로 대변되는 인터뷰의 형태. 하지만, 1차 전화 인터뷰, 2차 현장 인터뷰의 형태로 진행되는 미국 회사들의 면접의 경우, 이력서는 1차에서 이사람이 무엇을 했었는지에 대해서만 확인하고, 2차에서는 실무적인 내용에 필요한 질문을 해당 업체의 엔지니어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 사람이 정말 그 내용을 알고 있는지를 확인 한다. 따라서 인터뷰의 내용은 대략 "MMU를 소프트웨어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요", "barrier()와 wmb()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 해 보세요" 와 같이 굉장히 실무적으로 디테일한 질문들을 장장 7시간에 걸쳐서 받게 된다. 그리고 대답도 보통 5초 이내에 시작하지 못하면 "알겠습니다" 되는 분위기 속에서. 그 녀석은 원체 대단한 녀석이라 그 수많은 질문 가운데 대답하지 못했던 것은 단 하나 였으며, 따라서 미국에 비자도 없고, 국내에서 내노라 하는 대학을 졸업한 것도 아닌데, 오퍼는 미국 현지의 아이비 리그 박사 수년차의 대우를 받고, 하고 싶은일 하게 되었다는 해피해피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난, 여기에 많은 답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녀석은 틈만 나면 재미로 커널 코드를 보는 녀석이고, 어셈블러따위는 국딩때 즐겨 사용 했던 놈이었던 거다. MIT에서 특수한 목적으로 만든 드라이버에 버그가 있으면 고치고, 커널에 버그가 있으면 고치고, 재미있어 보이는 각 대학 및 오픈 프로젝트에 코드를 반영하는, 그래 그녀석은 분명히 난 놈이었다.

근데 그런 난놈이 국내에서는 그닥... 으로 치환되었었다. 하긴 그녀석 국내 있을때도 그닥.. 레벨은 아니었긴 하지만. ㅋ 이제는 그닥... 으로 대접 받지는 않겠지.


다시 돌아와서, 결국은 이러한 여러가지 사회 문화적 인프라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해외 근로자와 국내 근로자의 차이, 조직에서 사람을 채용하는데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프로젝트를 하는데 있어 이게 되냐 마냐를 결정하는 주요한 차이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높은 비용을 지불 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되며, 갑이 갑이지만 을로서 오버라이드 되는 현상도 나타나는 것이다.
 
하고 싶은걸 계속 하고 또 그래서 여가의 시간마저 좋아하는 것에 투자할 수 있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보다 많은 성취를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게 다만 해외에서 더 많이 인정을 받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기는 하며, 국내에서는 스펙에 좌절하고, 대기업 문턱을 밟지 못해 눈물을 좍좍 흘리게 될 지도 모른다.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고 해야 할런지는 본인의 판단의 몫이지만, 결국 일에 필요한 사람은 저런 녀석이 되는게 아닐까.

너무 일반화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게 전반적인 감상인 것도 맞는듯 하다.

개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은, 해외의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거기서 좋은 직장을 얻거나, 한국에 돌아와 거부 할 수 없는 스펙으로 승리를 쟁취하면 되지 않겠나. 굳이 한국에 돌아와야 할 필요가 있겠냐마는. 그럼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그렇게 할 수 없고, 심지어 국내의 좋은 학교도 힘들었다면, 어떨까.

두서 없는 글의 나만의 결론은, 하고 싶은게 있어서 그걸 직업으로 선택하려면 엄청나게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거 같다. 좀 못하더라도 억지로 하는 사람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아... 참 사는게 쉬운게 아니에요.

(younjin.jeong@gmail.com, 정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