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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컴퓨터와 RC (Remote Control)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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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진, younjin.jeong@gmail.com)

약 10여년 전,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어린 시절에 원격 조종 자동차나 비행기를 엄청 하고 싶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시절 용돈으로 감당하기엔 그 벽이 너무 높았던 장난감, 이제 성인이 되어 직장도 다니고 하니 하나 사서 가지고 놀아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당시에 이미 다양한 중국산 제품들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홍콩의 하비킹이란 사이트를 통해 판매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기술도 그렇고 놀이도 그렇고 뭔가 빨리 발견한다는 느낌인데, 그때 그런 느낌이었다. 발사라는 매우 가벼운 나무로 만들어진, 그리고 조종을 실패하면 상당한 파손 비용을 감당해야 했던 것들과는 다르게, 강화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비행기들이 주력을 이루었다. 입문용 비행기는 16만원 선으로, 추락해도 본드칠로 고치면 되겠다는 생각에 누구 가르쳐 주는 사람을 알아볼 생각도 없이 무조건 질렀다. 

최초로 구매한 무선 조종 비행기. 여러번의 추락으로 이미 많이 아프다...

검색에 검색이 꼬리를 물다 보니, FPV라는게 눈에 띄었다. First Person View라 불리는 것으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무선 조종 비행기나 자동차 앞에 카메라를 달아서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면서 즐기는 장치들이었다. 이거 대박인데? 하는 생각과 관련 시스템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양한 주파수로 동작하는 영상 신호 전송 및 수신 모듈, 수신 받은 영상을 실감나게 볼 수 있는 고글, 그리고 고글에 자이로를 달아 여기서 나오는 신호로 비행기에 붙은 카메라를 조절해 고개를 돌리면 카메라도 돌아가는, 마치 실제 비행을 하는 느낌을 주는 시스템, 그리고 OSD라 불리며 배터리로 동작하는 비행기의 남은 전략 상태, 고도, 속도, 배터리 잔량 등을 영상에 오버랩 해 주는 장비까지 정말 끝이 없었다. 

무선 영상 전송 카메라와 OSD 선 정리에 영 소질이 없... - FatShark

 

이쯤 되다 보니, 비행 안정 장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EagleTree라는 회사에서 만든 자이로가 달린 마이크로 컴퓨터 기반 장치를 무선 조종 수신기와 서보 사이에 연결하면 바람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자세의 흔들림을 보정했다. 게다가 그라운드 스테이션 컴퓨터도 있어, 이 장치에서 송신되는 텔레메트리 정보를 모으고, 더 장거리 비행을 위한 지향성 안테나를 날고 있는 비행기의 위치에 맞게 조절해 주는 장치도 있었더랬다. 

당시에 한가지 더 대두되었던 기술 중 하나는 바로 오픈 하드웨어, 최근엔 라스베리 파이나 아두이노로 알려진 프로그램 가능한 마이크로 컴퓨터들이었다. 코드를 통해 움직이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장치들이 십만원 이상을 넘지 않는다는 것은 꽤나 충격적인 변화였다.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ARM기반의 학습용 보드들은 쉽게 천만원대를 넘고는 했으니까. 

특히 비행 제어 장치 부분에, 당시에는 꽤나 소규모 회사였던 DJI의 장치들이 달린 유튜브 영상들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매우 정밀한 포지셔닝, 그리고 강한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자세를 유지하던 DJI의 RC용 컴퓨터들은 그 예쁜 디자인 만큼이나 꽤나 고가였다. EagleTree 같은 장치가 20-30만원 할때, DJI의 비행 제어 장치들은 당시에도 100만원을 호가하고는 했었다. 

취미와 토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을 배워 보자 하는 생각을 시작한 것은 그때 쯤이었던것 같다. 아두이노 보드를 사고, GPS를 사고, 자이로를 사고 하며 서보와 연결하고 코드를 쓰고 하면서 꽤나 즐거웠던것 같다. 하지만 뭔가를 잘 하는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만들고 싶은 결과물은 너무나 거대했다. 

ArduPilot을 사용한 시험 기체. 활주 없이 이륙하기엔 너무 무거워 첫 비행에 손을 떠나자 마자 꼬꾸라 졌다고 한다. 힝. 

그러는 동안 국내 통신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들고, 큰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게 되고 하면서 취미를 통해 배우는 일은 매우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 거실의 티비 뒷쪽에는 윙스팬 2.5미터의 거대한 글라이더가 조립만을 기다린채 먼지만 쌓여갔고, 부모님 댁에 놓아두고 온 스핏파이어 발사 비행기는 아버지의 단골 핀잔거리였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는 동안 FPV와 비행제어 시스템들은 날로 발전해 드론 레이싱이라는 취미까지 발전하게 된다. 예전에는 320 240 해상도만으로도 감지덕지 했던 것들이 이제는 상당한 해상도로 실시간 전송된다. DJI는 취미를 넘어 항공 촬영이라는 분야로 전문성을 넓혔고, 이것은 그 회사의 상당한 사업적 성공을 가져왔다. 한동안 4차 산업 혁명의 선두 주자 같은 이미지까지 확보하게 되었으니 허허 하는 웃음이 자연히 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기술의 발전은 끝이 없다. 머신 러닝을 지나 딥 러닝과 비전 컴퓨팅이 등장했다. 카메라로 들어오는 영상 정보를 분석하고 분류하며 이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그야말로 너무나도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오픈 하드웨어를 통해 열린 새로운 세상에는 그와 함께 사용 할 수 있는, 심각하게 저렴한 센서들도 함께 세상에 나오게 했다. 오늘날 Adafruit, Sparkfun 을 비롯한 수많은 몰에서 저렴하게 센서를 구매해서 마이크로 컴퓨터에 연결 할 수 있다. 수년 전에 AVNet과 같은 페이지에서 센서를 구매하려면 상당한 가격과 센서의 스펙을 달달달 읽어 보아야 했던 것과는 매우 다르다. 접근이 편하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들이 존재하고, 저렴하기에 관심만 있다면 즉시 아이디어를 구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글 보드를 필두로 라즈베리 파이가 등장했고, 아두이노보다 더 강력한 컴퓨팅 성능을 가진 컴퓨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것들은 우분투와 같은 리눅스가 올라가 있다. 즉, 성능 좋은 마이크로 컴퓨터들을 위해 리눅스들이 포팅되기 시작했고, 이제 어지간한 규모의 코드들은 손쉽게 돌릴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심지어 표준이라 불릴만한 생태계를 이루어, 카메라를 구매할 때도 CSI, MIPI 같은 인터페이스의 규격을 모르더라도 '아두이노 호환' '라즈베리 파이' 호환과 같은 설명을 보고 구입해도 실패가 없을 지경이다. 

Nvidia의 Jetson TX2 보드. 당시로서는 GPGPU가 탑재된, 구매 가능한 가장 저렴한 보드였다. 현재 1:5 스케일 차에서 열일중.

이것은 이제 필시 넋 놓고 보기만 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심지어 이 분야, 즉 컴퓨터, 코드, 서비스와 관계된 일을 업으로 하면서 이런 기술을 배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취미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행해 보기로 했다. 

이전의 실패중 하나는, 제어의 대상을 무선조종 비행기로 했다는 점이다. 첫째로 무선조종 비행기는 사실 일정 크기가 넘어가면 사람, 특히 어린 아이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특성상 전신주나 전깃줄이 많은 지역, 도심 지역에서는 날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마이크로 컴퓨터를 비행기에 얹기 시작하면 그 무게가 있어 일정 규모 이상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종합적 문제들로 인해, 비행기를 포기하고 자동차를 선택했다. 

무선 조종 자동차는 의외로 비행기보다 가격대가 높다. 취미로서 무선 조종 자동차는 그 역사가 상당하고, 쉬운 접근성으로 인해 마니아층이 상당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무선 조종 자동차들의 기본 구조는 실제 자동차의 것을 그대로 가져다 만들었기에 부품의 종류와 양이 많다. 뭐 어쨌든 자동차로 하기로 했다. 

1:5 스케일은 정말 더럽게 크다. 배터리도 무시무시함. 사진에 보이는 배터리는 단지 수신기와 서보용.

멍청했던 것 중의 하나는 컴퓨터가 올라가려면 좀 커야지! 하는 생각에 1:5 스케일의 자동차를 구매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것은 인터넷을 통해 접하게된 '오토 랠리'라는 조지아 공대의 프로젝트를 보고 따라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 오토랠리 프로젝트에는 마이크로 컴퓨터가 아니라, 실제 itx 사이즈의 메인보드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가 들어간다. 이들의 깃헙에 소개된 부품 리스트들을 보면 그 종류에 입이 떡 벌어지고, 그 가격의 총 합에 턱이 빠지게 된다. 

필요한 센서와 부품들은 보다 낮은 등급, 즉 보다 낮은 정밀도를 가진 것들로 대체해서 해결 한다지만, 일단 가까운 곳에 트랙을 찾을 수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자동차를 만들어도 굴릴데가 없다는 말이다. 1:5 스케일의 자동차를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무게가 킬로그람 단위로 나가는 물건이 시속 8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면 이것은 비행기와 맘먹는, 아니 어쩌면 비행기보다 더 위험한 장난감이 될 수 있기에 다시 안전한 장소를 찾아야 했고, 그런 안전한 공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Team Losi의 DBXL-e 차량과 ZED 스테레오 캠 등.

그러는 사이에 또 일년이 지났다. 아마존 웹 서비스에는 '딥 레이서' 라는 장난감과 서비스가 출시되었다. 취미를 통해 배우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아마도 아마존이 알아버렸나보다.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적절한 성능과 규모의 자동차와 많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도구들을 쉽게 얹을 수 있는 딥레이서를 보자마자 나는 또 아차 싶었다. 

사실 그동안의 세월이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하나를 알기 위해서는 그 주변에 연결된 것들을 함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두번의 시도들은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게 했지만, 일과의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기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했다. 일을 하다 식사시간에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퇴근하다 문득 생각나 검색하고 했던 느슨한 공부들이 어느순간 갑자기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세월 동안 투자했던 시간과 장비들을 모아모아 이번에는 기필코 무언가 완성하겠노라, 그래서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을 되짚어 보고 새로운 것을 배워 익히겠노라 하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하여 언제든 가까운 곳에서 가지고 놀 수 있고, 위험하지 않으며,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컴퓨터가 탑재된 무선 조종 자동차"를 기획했다. 목표는 다음과 같다. 

  • 무선 조종기의 스위치 조작을 통해 컴퓨터 제어와 직접 조종을 즉시 변환 할 수 있다. 
  • 마음대로 제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버튼 하나로 즉시 정지할 수 있어야 한다. 
  • 트랙 내에서 가능한 고속으로, 그리고 스스로 주행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 주행중 수집된 데이터는 분석을 위해 모아서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 수집된 정보는 원하는 경우 실시간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에 스트림으로 보내 저장하여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한다. 
  • 스마트폰을 통해 달리고 있는 자동차에서 전송되는 정보를 다양한 그래프와 게이지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지난 수년간 검색한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리스트를 만들었다. 

  • 무선 조종 자동차, 1:10 스케일 
  • Nvidia Jetson Nano // WiFi 및 블루투스 익스텐션 // 전용 레오파드이미징 MIPI 카메라 
  • Arduino Uno 와 데모 보드 
  • 무선 조종기 / 수신기 
  • 야외에서 사용 가능한 무선 공유기 
  • 오차 범위가 센티미터 단위인 GNSS 와 안테나 
  • 9축 가속도와 나침반을 포함한 센서 - 9DoF IMU 
  • 자동차의 바퀴 속도를 수집하기위한 Hall Effect 센서와 바퀴에 장착할 자석  
  • 각종 저항과 연결 실험을 위한 브레드 보드 
  • 자동차와 컴퓨터들에 전력을 공급할 전원 분배 장치 - Matek Duo 
  • 서보 케이블, 마이크로 USB 케이블 등 케이블 류 
  • 3D 프린터 
  • 6각 렌치 세트를 비롯한 각종 공구 
  • 납땜을 위한 인두 

 

이렇게 새로운 프로젝트는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필시 끝을 보리라... 

Sparkfun의 9DoF IMU 센서 

 

다음편에는 1:10 스케일 차량을 포함한 부품들의 구매, 그리고 무선 조종 제어를 위한 PWM 시그널의 이해와 코드를 살펴보기로 한다. 한번에 쓸 수 있다면 MPPI 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을... 언제 또 블로그를 쓸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은 안비밀. 

 

(정윤진, younjin.je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