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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로서의 행복한 가상, "아담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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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jin.jeong@gmail.com, 정윤진 )

원래 TV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라서, 주말에 가끔 '무한도전' 말고는 그다지 기억나거나 하는 예능 및 기타 장르에 대해서 밝지 못하다.  굳이 TV를 보지 않아도  볼거리가 풍부해서라기 보다는, 그저 먹고사니즘에 빠져 하루하루를 징하게 살다 보니 자연히 아주 기초적인 문화생활도 즐기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하는게 맞으리라.

주말에 오랜만에 리모콘을 잡았다.  사실, 늦잠 후에 혼자 차려먹는 점심용 소일거리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보니, 케이블 채널 76 이던가, "meet 1" 이라는 광고가 계속 나오던 채널에서  '우리 결혼했어요 - 아담커플' 만 가지고 계속 방영해 주고 있었다.  보다보니 빠져들어 오전 11시 즈음 부터 오후 5시 경까지  즐겁게 보게 되고, 결국 이렇게 포스팅질이다.   이전에 MBC 드라마 '이산' 을 본 이후에 TV에서 뭘 본거 가지고 포스팅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 타임스퀘어에서 본 '아바타' 도 그냥 입닥 하고 있었는데. ㅋ


출처 - MBC 인듯.



이 두 분이 쉴새없이 '부부' 임을 가장하고 벌이는 '연애 행각'은,  거두 절미하고 나를 계속 웃음짓게 했다.  중간 중간 광고 시간마다 대체 여자친구 하나 없는 내가 왜 이렇게 주말에 TV 앞에서 대책없이 실실 웃어야만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이게 참 스스로 결론 내리기가 쉽지 않더라.   물론 '우리 결혼했어요'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논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미 주말 버라이어티로서 풋풋한 20대 초반 커플의 알콩달콩 해 보이는 모습은  중년으로 치닫고 있는 내 가슴속 어딘가에서 널부러져있던  '청춘' 과 같은 단어를 살포시 자극해 주는 기분이랄까.  그 젊은날의 감수성과 순수함으로 브라운관에 들이대는 모습은,  젊기 때문에 가능해 보이는, 어리기 때문에 더욱더 아름다워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극을 이끌어 나가는 기본적인 전제가 '결혼' 이니 만큼, 그냥 한번 '결혼' 해보니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사람이 정말 괜찮더라 또는 괜찮지 않더라의 결론이 내려지게 되고, 이는 '결혼' 자체가 가지는 환상적인 모습만을 극에서 가져가는 것이, 청소년 이나 애들에 잘못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 정도. 물론 나한테야 그런 부정적 영향은 별로 없지만,  짧게 생각 해 봐도 '그럼 한번 살아보지 뭐' 하는 마인드에 부채질 하는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이 외에도, 다소 비현실 적인 각종 설정들이 눈에 띈다.  아 물론, 이건 대한민국 연예인이라면 별로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에게는  신데렐라가 따로 없는 지경이다.

어느날 편지 하나로 집이 생긴다던가, 유명 가수들이 집들이에 와서 흥을 돋군 다던가, 콘서트에서 직접 노래를 불러준다거나 하는 것들이 아마 그런 것일게다.  이러한 일반인으로서는 평소에 생각하기 힘든 것들을 공주파에서 보여 줌으로서 불러오는 부작용은 아마도, 대한 민국 여성들의 눈높이 상향  재조정? 이 아닌,  그야말로 동화속 왕자님이 뛰노는 '가상' 으로의 착각 인 것이다.  이것이 왜 심각한 문제인고 하면,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 여성이 생각하는 결혼에 대한 큰 '기준' 이 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기준'들은 고민 없이 해결이 된 상태라면, 글쎄, 어떨까?

아담부부가 리얼리즘 속으로 빠져든다면, 연예인이라고 먹고사니즘이 없을 수도 없는 일이고, 보다 더 이루고 싶은 무엇에 대한 성취욕 등 많은 요소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약간은 더 힘들지 않을까, 또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연애" 가 아닌 "결혼" 이라면 약간은 첨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뭐 아주 자그마한 티비쇼를 보는데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 나만의 심려일 뿐.

하긴,  이미 스타인 그들의 연애 자체가 나와 같이 먹고사니즘에 봉착한 사람에게는 가상 일 수 밖에 없지않나 싶다.

허나, 처음에서 거두 절미 하고 말했듯, 나를 미소짓게 만드는 이들의 모습은 바로   손가락에 서로 반지를 그려 준다던가 서로 애교로서 감정을 표현한다던가, '오방실' 과 같은 여러 가지 일련의 대화의 흐름, 사건의 진행은 참으로 자연스러워서 보는이로 하여금 행복감에 빠져들게 만들고,  서로 재능들이 출중해서 각 하나 하나의 사건들이 참 재미가 있더라.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앞으로 둘이 어떻게 되던지 간에 이미 보여준 그런 좋은 모습들이 아마 많은 사람의 묵혀있던 감성을 깨웠을 것이고, 그것 만으로도 두분이 주말 버라이어티, 나아가 공주파에서 하나의 바람직한 연애상을 보여주었음에 관련되신 모든 분께 개인적 감사를 드린다.  샤베트 같이 상큼한 즐거움, 정말 오랜만이었달까.


두분 다 노래를 참 잘하셔서 그런지, '우리 사랑하게 됬어요' 노래는 이전부터 계속 들어왔지만,  오늘 더 산뜻하게 다가오는 것이 참 좋구먼.


사진 출처 - MBC 인듯


아~ 나도 라는 질투 또는 부러움 가득한 생각 보다는, 아련한 기억에 포근하게  젖게 만드는 두분의 애정행각이 더 길게 이어졌으면 하는 개인적 소망과 함께  마무리 지으며, 두 분 다 개인적으로도 좋은 인연 많이 만드시길.


( younjin.jeong@gmail.com, 정윤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