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stem Compleat.

'악마를 보았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롤러코스터와 같은 영화 - 악마를 보았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영화 - 악마를 보았다.

Hobbies
( younjin.jeong@gmail.com , 정윤진 )


영화,연극 이외의 모든 문화 생활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던 내가 최근 몇일 동안 아, 이렇게 극장에서 영화를 자주 봐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극장을 들락거리고 있다. ( 월 2회 ;; )   이직 하는 회사가 워낙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라 굳이 시간을 빼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긴 하지만, 뭐 여튼 기회가 닿아서 보게 되었네.

금요일 오후 5시 반, 평촌 키넥스 10에서 아는 동생과 함께 영화관에 입장해서 화면이 가장 잘 보이는 극장 한 가운데의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주변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사람 그룹과 연인등이 대부분. 

그렇게 영화는 시작 되었다.  무려 140분의 세상에서 가장 긴 롤러코스터, "악마를 보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차처하고 나서라도,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는 매우 빠르며, 긴장감이 계속 넘친다.  초반의 극악 무도한 경철의 영화 첫 피해자를 공격하는 상황의 묘사와 이후의 끔찍한 모습은 마치 롤러코스터의 초반 운동에너지 확보를 위해서 제일 꼭대기로 올라가는 듯한 긴장감과,  잔인한 장면의 묘사에는 제일 높은 꼭대기에서 수직으로 내리 꽃는 "경악" 을 관객에 선사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같은 사이코 패스로 보이는 여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경계심이 강한 여성들 뿐이다. 세상이 세상인지라 당연히 낮선자를 보면 경계하도록 훈련 되었고, 모두가 수행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심을 하며, 또 그렇게 하도록 강요 받지만  이, 경철 (최민식 분) 은 그런것 따윈 관계 없다. 마치, "너희가 숨을 곳은 없어" 라고 말하는 듯한 극한의 공포와 아무리 안전한 장소에서도 어디엔가는 그가 문을 잠글 수 있는 곳이 있다.

경철의 "짜증" 이 스크린에 보이기 시작하면 여자사람관객들은 입에 손을 가져가기 시작한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매너나 도덕 따위는 이미 아스트랄한 세계로 날려버린 이 인간이 또 무슨짓을 저지르려나 또 얼마나 끔찍하려나 싶어서겠지.

최민식 분의 모든 장면에서의 연기는 그야말로 섬뜩하다.  마치 내가 객석이 아닌, 현장 바로 옆에서 보거나, 경철의 얼굴이 클로즈 업 될 때에는 마치 내가 피해자 인듯 한 환상까지 든다.



한가지 주목하고 싶은 장면은, 경철이 수현( 이병헌 분 ) 에게 첫 복수를 당하고 난 뒤 길가에서 잡아 탄 택시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의 대사가 생각이 났다. "여기가 콩밭이냐? 강간의 왕국이냐?" 하며 드롭킥을 날리던.  그래서 피식 하고 웃음이 났는데, 옆에 있던 이름모를 여자가 어이없게 날 바라보는 눈초리가 느껴져 괜시리 민망했던 뭐... ;;

아무튼 두명의 사이코 패스는 아닌 범죄자와, 격이 다른 경철의 이들에 대한 반응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그리고 여지없이 이어지는 잔인한 살인.   이 후로는 절대 웃을 수 없었다.



 



영화에 대해 말이 참 많다.  영화를 보고 상상한다면 사이코패스 인증이라는 둥, 너무 잔인해서 보는 내내 역겹다는 둥 어떤 누구는 모방 범죄가 발생할 까봐 겁 난다는 둥 각자 자신의 세상을, 영화를 보는 논리로 또 그 자신의 인생의 경험으로 영화를 대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이 영화는 마치, 눈 앞에 사체를 마주 해야만 하는 일종의 "염" 과 같은 의식에 강제로 참여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는 그 순간이 매우 슬프지만, 또 어떤이에게는 극한의 공포가 될 수 있는 현실 속 최대한의 체험.  영화는 제목에서 이미 말하고 있다.  "쫄리면 열지 마라".  마치 판도라의 상자. 
객석에 앉는 순간 이것은 절대 내릴 수 없는 마치 롤러코스터의 속도 안에서 슬픔과 분노, 또 끔찍함과 광기어린 등장인물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배우 들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시나리오 속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도 절대 방심 할 수 없다.

진짜 영화가 무서워 지는건, 영화가 다 끝나고 "밤" 에 극장을 나설 때 이다.
행여 심야 영화라도 보았다면, 자주 마주치던 택시조차 타기가 겁날 정도로  우리가 최근 뉴스에서 보아왔던 범죄자의 사진과 경철의 끔찍함이 오버랩 되며,  적어도 웃으면서 할증시간의 택시를 탈 수는 없는 공포를 선사하게 될 것이다.

난 전문 영화 평론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화를 자주 보는 사람도 아니지만,  적어도 잘 만들어진 영화에 대해서는
참 칭찬하고 싶다.  마치 스너프와 같이 끔찍한 장면 묘사들로 인해 영상 자체가 불편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는 감독의 연출에 대한 "자랑" 이나 "뽐내기" 가 아닌,  진정한 사이코 패스의 "범죄 현장으로의 안내"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의 수현의 허탈한 걸음과 눈물은, 거창하게도 짐승이 되어버린 자신에 대한 어쩌고 무엇이 아니라, 다만 그렇게 까지 스스로를 망가 뜨려도 얻을 수 없었던 사이코패스의 속죄가 억울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짜릿한 롤러코스터는 불편하다.  타기 전에 경고문도 붙어 있다.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욕하지 말고, 볼 자신이 없으면 예매를 말자. 
하지만, 그냥 안보기에는 너무 아깝고 아쉽지 않은가.  임산부와 노약자에겐 비추다.

추격자와는 비슷한 듯 다른 털이 쭈뼛한 범죄 현장에 대한 공포와 잔인한 복수. 
접근하기 쉬운 특정 직업을 대상으로 했던 범죄를 다룬 추격자와는 다르게, 이 영화는 모든 젊은 여성을 향한, 그래서 누구도 저런 상황이 되면 막을 수 없겠구나 하는 도방갈 틈새를 적나라하게 주지 않는 영화.

"악마" 로 표현하기엔 부족하지 싶다.

뉴스나 그 어디에서라도 내가 사는 세상에 저런 악마는 평생 안보면 좋겠다.




+ 오늘 친구와 심야로 한번 더 보게 되었는데, 역시 이 영화는 잔혹한 장면에서는 3인칭을 많이 배제 한 듯한 느낌이었다.  관객의 피의자에 대한 "죽어 마땅한 놈" 이라는 동의를 얻는 장면에서는 3인칭을, 마치 내가 피해자 인 듯하게 느껴지는 현장에서의 피해자 시선에서 바라 본 듯한 앵글,  피의자의 앵글.  그리고 한가지 더는, 수현 ( 이병헌 분) 을 그릴떄는 거의 1인칭을 사용 하지 않는 듯 했다.  아마 같은 모습의 악마로 동화 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나 생각 해 본다.
사람의 적응력이란 무서워서, 나조차도 겨우 두번째 본 이 영화의 각 잔혹한 장면이 서서히 익숙해 져 가는걸 느꼈다.
스릴러 장르의 특성상 여러번 보면 그 감흥이 자연히 사그러 들지만, 끔찍한 장면에서 조차 다른 관객의 나지막한 비명이 귀에 들려 올 정도로 무뎌진달까.

극장에서 같은 영화를 두번 본 것은 아마 이 영화가 처음이지 않나 싶다.
빠른 전개와 오르락 내리락 하는 호흡의 흐름이 적절하고 사건을 표현하는 구도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적어도 "이끼" 와 같이 밋밋하게 흐르지는 않는 매우 잘 만든 영화라는 느낌이 새삼 들었다는.

"나쁜놈은 처음에 잡아서 죽였어야 해" 하는 어떤 여자 사람 관객의 목소리가 들렸다.  물론 커플.
각 개인의 감상은 그렇지만, 악마 같은 인간과 복수의 과정을 조금만 생각한다면 그런 말 안하지 않을까 싶다.

맨 온 파이어 에서의 덴젤 워싱턴의 복수와 같이 통쾌한 것이 아닌, 복수 그 자체로 길고 긴 외나무 다리에서의 싸움.
어느 코메디의 대사처럼 "너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10년을 연마했다"  라는 지극히 한국적 정서와, 진정한 무서움을 표현해 낼 줄 아는 감각에 박수를 보내지만,  역시 이런 영화와 같은 일은 일어나면 안되는 거다 싶다.

사람이 무섭잖아.


진정한 영화 리뷰는 이런 분이 쓰신게 더 나은듯
http://blog.naver.com/iidakya?Redirect=Log&logNo=70091862830
http://blog.naver.com/funnyfunnee?Redirect=Log&logNo=150092124374
http://blog.naver.com/sega32x?Redirect=Log&logNo=150092027565

( younjin.jeong@gmail.com , 정윤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