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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와 열정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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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jin.jeong@gmail.com , 정윤진 )

회사라는 조직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되어간다.  그 동안 이런 회사도 있고 저런 회사도 있었지만, 동네 구멍가게 같은 회사 말고는 매출이 안나서 고생하는 회사에 있어 본 적은 별로 없는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스템이라는 포지션이 안정되게 회사 안에서 자리잡은 IT 기업도 별로 없게 마련이거니와, 대부분의 회사에서 개발자 또는 조직 관리자가 서버 몇대 정도는 "정" 타이틀 달고 대충 꾸려나가는 경우가 많고, 시스템 엔지니어가 필요하기 시작한 지점은 이미 고객이든 매출이든 뭔가 사용량이 증가해서 이제는 도무지 버틸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나름 결론을 내려 본다.

이제 또 한번의 턴을 끝내고 돌아서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문득, "업무와 열정사이" 라는 타이틀이 떠오르게 되었네.

언제나 나는, 장애에 대해 전투적으로 대처하고 해결 못하면 서비스 말아먹는다는 각오와, 또 장애가 터질때를 대비해서 사전에 삽질해 두는 과정에 항상 무게를 두며,  장애 또는 무언가 안되는 일이 있을때는 그 안되는 것을 빨리 전파해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굴려 문제를 해결하기 좋게 끔 만들 수 있다는 나만의 일처리 규칙을 세워놓은게 있다.

항상 이 방법에 따라 어딘가에서 일을 하지 않고 있을 때에도 무언가에 매달렸으며, 어딘가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에는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무던히 입방정을 떨고 문서를 만들어 당위성을 입증하고자 했었지만.  디스플레이 능력의 부족인지 내 자신이 그들에게 믿음을 충분히 주지 못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들어 한계에 맞딱드리게 되었던 것이,
 
"그거 그렇게 하려면 고객한테 이렇게 이렇게 해야 하는데 고객들은 그거 안할 꺼야"
"그거 해 드리려면 저희 지금 개발 스케줄이 이런데 그게 딜레이 될 것 같은데요."
"말씀하신 시스템만 사용하는 방법은 글쎄요.." 
"그거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나는 내가 제안 하는 분야에 대해 저들보다는 전문가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고객도 좋고 우리도 좋을 것이다 라는 기준으로 준비해서 가져가면 의례 나오는 답변들.  하나 같이 현상에 대한 문제에 대해 해결책이라고 제시해서 들고 가면 그냥 아무 대안도 없이 브레이크를 거는 전형적인 답변들이다.  물론 브레이크는 브레이크 자체가 가진 순기능(이를 테면 사업 규모가 제법 크게 진행되거나 할 때, Warning 의 측면 같은 부분 ) 도 있기는 하지만, 장애 상황에서 또는 장애가 거듭 발생하는 상황에서의 저런 말같지도 않은 브레이크는 치가 떨리는 경우가 많았다.

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제 나는 수긍한다. 
그들과 나는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므로, 또는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요원으로서의 공감대 형성은 고사하고, 서비스 운영 주체의 밥그릇에 대한 철통경계로 여념이 없으신 분들이기에.
그러한 "성실"이라는 가치로 무장하고  출퇴근 시간 칼같이 지키며 회사서 사주는 저녁밥 잘 챙겨먹고 8시 언저리 퇴근을 즐기는 무리와 애초에 비교 당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들 하고도 일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조직생활이다 라는 일념으로  "이거 이렇게 하면 당신한테도 좋아요" 를 남발하고 구슬리고 얼르며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맞았다.

다만 내가 열이 받는 것은, 나의 열정에 대해 고작 30센티미터 자를 들이대는 것이다.
실력이나 능력은 떨어질 지 모르겟지만, 적어도 나는 내 밥그릇 지키는 것 보다 전체 밥그릇을 키우는게 모두가 더 배부를 수 있는 것이다는 사실을 체험했기 때문이고,  내 위에는 항상 그 위가 있다는 진리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해외 고객/국내 고객을 모두 만족시키며, 제품으로서 제 역할을 하게끔 하는 내 전문 분야에 대한 조언/수정방향 또는 질타에 대해 1년 넘게 아무것도 반영된게 없고 또 아무것도 이루어 진게 없는 것이, 또 그러한 실망 및 여러가지 기타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퇴직하게 되는 것에 대해 내 열정이 식어서 라고 매도하지 말아라.

"성실" 이라고 하면 그건 내가 수긍 해 줄 수 있겠다.  다만, 어디가서 사람 잡고 물어봐라.
글로벌 사업하는데서 시스템 1명 두고 내부관리 서비스관리 해외 고객사 시스템 다 해 주면서,
그 1명한테는  적어도 신입 3명분 급여는 주고 탓을 해도 해야지 않겠는가.  

원래 나는 설치 엔지니어 따위가 아닌데 그렇게 밖에 일할 수 밖에 없는, 그런걸 원하기 때문에 해 주었으면
내 기술에 대한 기회비용 및 감가상각 정도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나간다고 욕은 하지 말아라.
그냥 쿨하게 "그동안 싸게 잘 썼는데 아쉽다"  해라.


적어도 너희들은 2년간은 시스템 걱정없이 돈 벌었지 않냐.

( younjin.jeong@gmail.com , 정윤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