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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

Stories
( younjin.jeong@gmail.com, 정윤진 )

본 포스팅에 사용된 이미지는 함부로 가져가실 수 없습니다.  (..)
..그리고, 스크롤 압박 주의!

이제는 까마득히 먼 옛날 처럼 느껴지는 군대 생활.  아버님들 시절 군대만큼 배고프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춥고, 휴가를, 외박을, 전역을, 그렇게 무언가를 항상 기다리기만 했던 지루한 시간들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사람이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시절,  젊기 때문에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던 시절이었기에 나이가 들 수록 사진 한장이 소중해 지는 나만의, 우리들의 그 시절을 문득 정리해 보고 싶었다. 

최근 들어 항상 기술 포스팅만 하다가, 웬지 방향성 없이 이 30대 초반의 시간이 흐트러 지는 것 같은 기분에 옛날 사진을 실실 거리면서 보고 있자니 웬지 기분도 센치해 지고 커피맛도 좀더 달달 해 지는 것 같아.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이름도 있고, 또 그렇게 친했는데 지금은 뭐하고 사나 싶은 사람들.
5분대기 비상걸렸다고 앞굽이 자세로 팔을 빙글빙글 돌리던 다른 소대 고참,
청송에서 담배 농사 짓고 왔다던 그 동기녀석
UFC 와 K1 같은 격투를 즐겨보던 놈
너구리 같이 생겨서 온갖 귀염을 떨어 소대장 및 고참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던 녀석 등등

문득 궁금해 지는 그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


2002.02 혹힌가 훈련



자대 배치 후 첫 훈련.
지금에 와서 보면 뚜겅에다가만 이런 저런 풀들을 심어 놓는 바람에 웬지 움직이면 더 잘걸리지 않을까 싶어 웃음이 난다.   능선에 하이바의 윤곽이 보이면 안된다며 갈구던 우리 분대장, 아놀드를 닮았던 현규.  보부상(?) 이었다던 세중이.

고대산 정상을 통하는 행군이 늦어지는 바람에 숙영지에 늦게 도착해 부식으로 나온 육개장 사발면, 하지만 뜨거운 물은 온데 간데 없어 차라리 생으로 먹는게 나았을 뻔 한.  한겨울에 미지근한 물을 부었던 육개장은 결국 과자도 면도 아닌 이상한 상태로, 주린 배를 채웠던 기억.

통신병 전용 K-1


어느덧 시간은 흘러, 월드컵 직전인가.  일병이 되고,  소대 통신병으로 999k 를 짊어지기 직전.
쩡진이의 K-1 으로 장난질이다. 
어느날엔가 교육훈련 끝나고 내려와서 담배한대 피우는.

저 배경만 보면 뭐랄까, 군생활이 소록소록 하달까.



위병 근무 나가기 전


평일의 주간 근무는, 부대에 누구 특별한 상관이 오지 않는 한 "껀" 으로 불리는 군생활의 즐거운 브레이크 타임이다.
낮에는 교육훈련이나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근무를 2교대로 섰던것 같은데,  다만 위병소 근무에 부대 장교들이 썩 상콤한 사람들만 있는건 아니라서... 일례로 부대 바깥을 사주경계 해야 하는 사수가 뒤를 쳐다 봤다고 위병소를 통과한 모 장교가 백미러로 그 모습을 확인하고, 사주경계 방향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사수를 영창 15일 보낸 적도 있다.

저 시절쯤 수방사에서 민간인이 위병의 총기를 빼앗아 달아나고, 모 부대에서 탄약이 도난 당하는 등, 아무튼 근무서기 피곤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막 진급해서 막대기 세개 달린 전투모가 눈부시다. 크핫.




지뢰지대


음.. 저기는 전쟁나면 우리 소대가 지뢰를 심어야 하는 42M 인가 하는 지뢰지대 였던거 같은데... 뭐 지금 우리 부대는 사라 졌으니 괜츈하겠지. ㅋ
겨울이 오기 전, 탈곡을 하고 나온 겨를 PT병에 채워가지고 지뢰크기만 하게 만들어서 지뢰를 심을 곳에 미리 뭍어 둔다. 물론, 땅이 얼어서 지뢰를 심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안습이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을 하는데,  문제는 사진에서처럼 지형이 평탄한 것도 아니고 사방 천지가 다 돌인 까닭에 곡괭이질 삽질좀 해야 했다.

함께 있는 사람은 대전의 은진 "송" 씨의 당시 우리 분대 예정자.  이름이 기억 안나는거 보니 참...
애들한테 참 잘 해 줬었는데 지금 어디서 뭐하고 사실려나 모르겠네.


드럽게 무거운 군장


알보병의 슬픔 하면 역시 군장과 행군이다.
언제 무슨 훈련이었는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누군가 퍼져 버리는 바람에 다시 내려가서 군장을 짊어지고 올라와야 했다.
군장과 목 사이에 있는건 K-3 기관총의 예비 총열.  행군할때는 저것도 짐이다.

산에 먼저 올라와서 쉬고있는 고참덜.  더운 날씨에 웬지 해맑아 보이는건 왜일까... 역시, 젊어서 일까.




진지공사


2002년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니었던 떄의 진지공사는,  무려 3주간이나 진행 됬다.
밤이면 추운데, 진흙에 먼지에 텐트에서 살다 보니 씻고싶은 욕망 그득한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부대 안에 화학대가 같이 있어서 살수차가 와서 찬물을 뿌리곤 했다.  밤 8시에 별보면서 열댓명이 주욱 늘어서 입김이 나는 날씨에 훌렁 벗은 장정들이  찬물을 뒤집어 쓰는 모습이란, 참 가관이랄까.

저런 돌산에 K3 호를 만들어야 했는데, 참 난감했더라는.  나중에는 교통호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한 두어시간 동안 쉬지않고 곡괭이 질을 하던 기억도 난다.

사진은 일하다 퍼진 송병장과 나 ㅋㅋ



2003년 유격


유격 훈련은,  정말 짜증나고도 지겨우면서 힘들고 욕나오는 뭐 그런 거다.
일년에 한번 하는데, 일병때는 유격장 가는 행군길에 전투화 뒤에 못이 튀어나온걸 모르고 걷다가 뒷굼치에 살이 패여서 계속 의무대에서 열외였고  ( 갈굼 에이급 ㅠ ) 두번째는 그래도 분대장으로 가게 되어서 좀 편하긴 했다.

통신병이었던 강원이, 건강이 썩 좋지 않았던 동화.  제일 왼쪽의 영섭이는 참 애들한테 욕 많이 먹던 고참이었는데, 그래도 애들이 어리숙하고 착해서 나랑 비슷한 군번들은 별로 미워하지는 않았었다.

덥고 짜증나서, 훈련 끝나고 괜히 쎈척했던 내 모습이 이채롭다. ㅋ


2003, 유격 복귀 행군


부대장님이 웬일인지, 유격 복귀 행군을 군장은 추진하고 단독군장으로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거리도 30Km 내외로 그리 멀지도 않은 데다가, 군장 없이 걷는다니 기분이 좋아져서 방글방글 댔었나 보다.

누군가 저 웃음이 나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했던 기억인데,  요새는 저런 표정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훗.
무전을 날리고 계신 분은 소대장님,  얼마전에 결혼 하셨다는 통보를 미국 출장 갔을때 받았다.
훗, 우리 소대장님 참 길 못찾으셨었더랬지...  ㅌㅌㅌ


복귀행군, 그녀석들.


경상도에서 온 세중이, 충청도에서 온 성현이.
복귀 행군 중 휴식시간에 잠깐 모였다.

이게 참 신기한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한번씩 얼굴들 보면 좋으련만, 참 쉽지 않구나.


복귀 행군, 경치



부대로 돌아오는 길은, 그야말로 산넘고 물건너 바리바리 걷다 보면 눈에 뜨이는 풍경이 많다.
일년에 13회 정도 훈련을 했던것 같은데,  매 계절마다 변하는 산의 모습이라던가, 피는 꽃, 지는 꽃, 낙엽, 눈 , 그리고 가을 되기 전의 그 알록 달록한 장관은  최근에는 참 못 본 듯 하다. 
그리고, 아마 군대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들이었겠지.


다음은, 훈련 사진 모음.
언제 무슨 훈련인지 잘 기억은 나진 않지만  아무튼 죄 산이다.

대대종합전술, 2003



훈련 중 밥때



소부대전술, MILES



소부대전술, MILES



훈련이라면 지겹고도 지겹게 ... 응? ;;

거의 모기와의 싸움 이었달까..  방어 진지에서 밤을 새고 있다 보면, 대충 들어도 한 20마리는 됨직한 모기 앵앵 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전투화도 뚫고 물어버리는 아디다스 모기.  군용 바르는 모기약은 필수~


56X ASP


중대 단위로 가끔 군단 탄약고 경계 지원을 나가는데, 이렇게 되면 독립중대로 나가게 되기 때문에 아주 편하다.

교대장 근무를 하고 있는 나와 무현이, 그리고 의갑이.
고대생이었던 의갑이는 고시공부 중이고, 연대생이었던 무현이는 이제 일본에서 신학을 걷는 것 같다.

아... 표정들 삭막하다.  짬밥 좀 먹었다 이거지?  후훗



끽연 대기중인 멤버들



끽연중인 멤버들



상병 즈음 되서부터는 참 군생활 편하게 했던거 같다.
아랫 사진 제일 오른쪽의 녀석은 정말 참 잘생겼었는데, 이게 군복 입혀놓고 애 머리를 저리 깎아 놓으니 어벙해 보이지 않는가!   지금은 잘 지내고 있겠지. ㅋ

내무실 옆이 바로 사단에서 제을 큰 규모를 자랑하는 PX.  덕분에 쓰레기도 드럼통 몇통씩 치웠던..


어느덧 눈온다 또.. ㅋ


밥먹으러 가는 중


부대 연병장을 가로 질러, 눈이 많이 오는 날 주간 오전 근무를 서고 밥 먹으러 취사장에 가는 길.
눈이 참 많이 와서, 사진을 꼭 찍고 싶었는데 보행군기 어겼다가 간부한테 걸리면 맴매기 떄문에, 몰래 훅 한 컷.  훗.

쪼알이로 불렸던 훈익이는, 자칭 구미 킹카.  
겡끼데쇼?



말년 쇼쇼쇼, 56X ASP


군단 탄약고 경계 지원 시절,
날씨가 너무 좋아 소대의 모든 침낭을 다 빨고 나서 지붕 널어 놓고  모여 노는 중.

몸도 별로 좋지도 않은 것들이, 신 났다.  후훗.

왼쪽 상단 ... 아 이름 기억 안난다.. "문.. 상진" 이었던가.. 그 옆에 나,  옆에 진섭이, 덩치 큰 무현이, 의갑이.



밤까먹는 중생



가을 훈련의 백미는 역시 아무데나 떨어진 밤 까먹는 것이 아닐까.
물론, 잘못 먹으면 밤을 한입 베어 물고  두동강난 애벌레를 보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나른한 오후


주말 가을의 내리 쬐는 햇볓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모두들 하이바 닦고 총 닦고 이불터느라 바쁜 때에, 얼른 끝내놓고 나와 햇살을 즐기는 것도 여유.

이렇게 말이다.

진지 공사 전, 차량 대기하면서.


이때가 기억이 난다.
바람은 쌀쌀하지만 햇살을 좋고, 그늘은 추운 그런 날씨에
내무실 옆에 나와 햇볓을 쬐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 물론 가운데 저 복장의 인물이 나다 훗 )
왼쪽의 성현이가 오더니 "궁디! 너무 귀엽게 앉아있는거 아냐?" 하며 사진 찍자해서 찍은 사진.

오른쪽의 또한 나른한 인물은,  군시절 별명이 "싸이" 였던 , 싸이가 나올때마다 티비 옆에서 새 포즈를 잡아야 했던 기진 옹이다.

개인적으로 저 귀도리 참 아꼈는데, 나중에 고무줄이 끊어져서 버릴수밖에 없다는 슬픈 전설이.. ;;; 캭

아끼는 귀도리와함께 공비포즈



참 다시봐도 저 귀도리 많이 나온다.  격하게 아낀 듯.
진지공사였는지, 훈련이었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고참들 몰래 산에 숨어서 혼자 1회용 카메라로 찍은 사진.

역시, 얼굴이 다 나와서는 경쟁력이 없지.  이게 진짜지  후훗


5XX 35R 11CO 3PT , 훈련 끝나고.


이건 뭐 웬지 알포인트 분위기다.


그렇게, 나의 군대에서 2번의 겨울, 2번의 여름, 10번의 환절기를 지냈다.
고참을 100명, 후임을 100명, 단순히 숫자로 계산해 보면 나는 200여명의 사람을 알고 있어야 하지만,
결국 연락하고 지내는 녀석들은 위로 6달 아래로 2달 정도 뿐. ( 우리는 고참을 날짜로 끊음 )

1회용 카메라로 찍었던 저 많은 사진들은, 언제고 힘들때마다 한번씩 보게 되지만.


웬지 센치해 졌던 기분으로 시작한 포스팅이,  그때는 길고도 길었던 시간이 순간순간의 기록이 되어, 2시간여 만의 포스팅으로 회자되는 걸 보니,  이런게 삶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 블로그를 보고 연락이 되는 군생활 동기가 있을지 모르겠다만,
모두들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냈으면 하는, 또 하는일에서의 성공, 멋진 사랑 하고 있으면 하는 바램과

언젠가 더 나이들어, 더 짧은 시간의 기억으로 대뇌피질에 남게 될 그 시절을 추억하며.


( younjin.jeong@gmail.com, 정윤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