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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y - RC

Hobbies

( younjin.jeong@gmail.com, 정윤진 ) 


초딩 6학년때 해성이 방에 걸려있던 무선조종 글라이더는 나에게 있어 충격이었다. 그 충격으로 인해 중학생이 되면서 당시에 지역마다 하나씩 있었던 RC 샵에서 뭐 돈주고 살 것도 아닌데 주인장 아저씨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각종 비행기 자동차 배 등을 보며 더 넓은 신세계를 알게 되었달까. 


하지만 당시에 RC라는 취미는 학생인 나로서는 감히 넘보기 조차 힘든 가격표를 달고 있었다. 어지간한 노트북 가격 (당시의 노트북은 기본 200만원 부터 700만원까지 다양) 에 맞먹는 조종기와 헬리콥터들. 


꿈꿨던 조종사도 되지 못하고, 손재주도 별로 좋지 않아 항공 정비사도 되지 못했고, 부모님의 반대로 체대의 꿈도 접어야 했던 청소년기를 지나, 어느덧 30대가 되고보니 집과 차와 월급에 목을 매는 평범한 인생을 살며 삶이 너무 팍팍지 않나 생각하던 와중에, 준호형이 AR. Drone 을 구매하는 걸 보고 잊고 살았던 21엔진의 RC용 니트로냄새가 떠올랐다. 




하는 일이 전산이다 보니, 자연스레 ArduPilot 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간단한 코드들과 원래 좋아했던 항공 Avionics 를 내손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늙어지면서 취미가 되어도 좋고, 내 일이 되어도 좋을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혀 일단 기존의 RC를 첫단추로 해 볼 요량에 월요일날 hobbyking.com 과 falconshop.co.kr 에서 각각 FPV 시스템과 비행기등을 구매했다. 



Pelican, 4ch Airplane for newbie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가격이지만, 이제는 많이 저렴해져서 크게 무리하지 않아도 RC는 쉽게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되었다. 거의 조립이 완성된 상태로 배송되며, 스티로폴 보다는 조금 강한 재질로 만들어진 초보자용 비행기는 언제고 추락하게 되더라도 쉽게 수리해서 다시 날릴 수 있단다. 


단순히 RC 를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기체에 비글보드를 심을 생각이다. 3축 가속도 센서와 에어스피드, 고도 및 풍향등을 측정하는 센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서보를 제어하여 비행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GPS를 통한 항법과 XBee 와 같은 WiFi 시스템 및 그라운드 컨트롤과의 통신을 바탕으로 좋은 오픈소스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무슨 그런 말도안되게 어려운 시스템을 개인이 만들 수 있겠는가 싶겠지만, 구글 코드 프로젝트에서 ArduPilot mega 로 검색하면 이미 많은 기능이 구현된 아두이노 베이스의 보드와 코드를 만날 수 있다. 



HiTec Aurora 9



아두이노용 쉴드나 GPS 센서, 자이로와 같은 하드웨어들은 정말 저렴하다. 기존의 RC 를 취미로 삼은 분들 께서는 비행체의 상태를 눈으로 보고 직접 손으로 수정해 가면서 날리는 재미가 있다면, 이와 같은 각종 센서와 컨트롤러 및 장거리용 통신, 또는 통신이 없는 상태에서도 혼자 비행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조금 다른 취미가 아닐까 한다. 


센서의 입력을 바탕으로 적절한 계산을 돌려 그만큼의 수정을 가하도록 서보를 조정하고, 또 조정된 값의 반영이 다시 센서의 입력으로 돌아오는 루프구조는 우리가 처음 GW-Basic 책을 접했을 때 보았던 직사각형에 위아래 깔대기가 달린 프로그래밍의 원초적인 모습이 아닌가. 



Beagleboard C4



Beagleboard C4 가 이러한 작업을 하기에 충분하지는 않지만, 추후 Beagleboard xM 과 Arduino 의 합체를 시키기 전 까지는 무난하게 테스트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린시절 꼭 하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사정때문에 접었던 것들, 이제 충분히 나이 들어 잊고만 살지 말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 말고, 무작정 한번 내질러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물론, 지금 얼른 처리해야 하는 회사일과 너무 밀려서 이제는 죄송한 저서를 먼저 마무리 한 다음에. 


( younjin.jeong@gmail.com 정윤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