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소금 - 마치 한편의 순정영화
Stories(younjin.jeong@gmail.com, 정윤진)
전보다 나아진건지 어쩐건지 이제 일년에 극장에 두번은 간다. 나이를 먹는건지 이제 20대에 줄기차게 즐겨보았던 영화들 중 재미난 영화도 기억에 가물 가물 하고, 하는 일과 특별히 관계된 것이 아니면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것이 누군가가 머리에서 지워버렸나 싶은 생각도 가끔 든다.
그런 와중에, 어쩌면 모호해서 석연치 않을지도 모를, 아름다운 영상미를 가진 영화를 심야로 한편 보게 되었다. 그나마 휴가를 휴가처럼 보낼 수 있게 해 준 영화, '푸른 소금'.
푸른 소금, 정말 제목 잘 지은 것 같다. 의미를 풀이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만화를 매우 즐겨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순정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사는데 꼭 필요한 소금과 맑음을 상징하는 푸름, 어줍잖은 생각에는 맑은 사랑, 뭐 그정도가 아닐까 싶은 생각. 그래서 새로운 장르, '순정 영화' ㅋㅋ
일견 '아저씨'의 주인공들이 나이를 먹으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데, 단순히 그렇게 비교하기엔 신세경님의 홀려버릴 듯한 깔끔한 미모와 원빈만큼은 잘 생기진 않았지만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한마디가 더 가슴에 와 닿는 나이스 중년 송강호님의 조합은 순정물의 표지에서 풍기는 느낌과 얼추 비슷하다고 할까..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모든 것을 감싸 안으려면 당최 어떤 난관을 겪어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남자라면 찐한 북어국 한 그릇에 총까지 맞아 주어야 할 대인배의 기질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영화의 다른 모든 것들 보다, 돌멩이를 보석으로 만드는 그 대인배스러운 무언가가, 예전에 은석이가 말했던 '아무 생각없이 과연 찔레꽃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의 멘트가 현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냥 니가 더 잘 살았으면 좋겠어' 라는 상투적인 멘트는 송강호님이 뱉었기에, 20대의 배우가 아니기에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치기어린 연인의 감정이라기 보다는, 마치 아버지가 딸에게 바라는 마음과 같은 느낌. 그래서 아무런 댓가 없이,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돌멩이 같았던 그녀를 보석으로 만들 수 있었던게 아닐까. 대인배의 호연 지기를 기르기 위해 극 초반에 그렇게 바다를 주구장창 보셨는지도 모를일이다.
사채를 빌려쓴 친구를 위해 폭력배의 협박에 굴하지도 않고, 팔아버린다는 멘트에 당당하게 맞서고, 초반부의 약간 여성간의 동성애스러운 묘사들이 무언가 신세경님이 분했던 역할의 청순함을 강조하려 했던 장치들이라 해도, 그녀는 스크린에 비추어지는 그녀만으로 이미 나쁜 의심이 들 가능성 자체를 없애버린다. 가죽 점퍼에 바이크는 무얼 상징하는지 모르겠지만, 고등학생 관람가인 이 영화에서 헬멧을 쓰지 않고 멋들어진 대배기량 네이키드 바이크를 타는 모습은 일견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미 청초하다. 그 청초함 때문에, 헬멧 없이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이 미칠수 있는 영향은 이미 90년대 영화 '비트'의 정우성님이 다 배포해 버렸기 때문에 보는것 만으로도 아침이슬 같은 그녀를 욕할 수는 없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 만큼 그녀는 이 한편의 만화같은 이야기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수많은 남성 관객을 집중하게 만든다.
느와르와는 다른 남자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90년대 유행했던 '남자의 향기' 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포용력. 자신이 무엇인가, 어느정도에 있는가를 아주 잘 아는 그런 남자의 이야기.
좀 아쉬웠던건 주인공을 제외한 각 인물들의 매력이 충분하게 발산되지는 않은 것 같다 라는 느낌. 이경영님은 김영철님과는 비슷한 듯 다르게 어두운 보스의 느낌을 풍기지만, 줄거리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필요 충분 조건 이상의 느낌은 별로 없다. 김민준님이 분했던 역할 역시 신세경님이 총 다루는 모습을 보고 동업자간의 경외심인지 짝사랑인지 모를 이상한 감정을 품은 간지나는 킬러 이상은 아니지 않았나. 윤여정님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는 물렁했던.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있어 인물의 관계가 주인공들의 삶에 분명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임팩트 있게 와 닿지 않았던 것은, 송강호님의 보드라운 남자 냄새와 마치 화보와 같았던 신세경님의 미모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
많은 작품에서 색깔있는 역할로 등장하셨던 오달수님. 특히 '달콤한 인생' 에서의 총기 매매상 역할이 이 푸른 소금에서도 오버랩 된다. 푸른 소금에서 몇 안되는 신세경님의 미소 중 가장 밝은 모습인 것 같다. 또한, '우아한 세계'에서 송강호님과 순대국집에서 결투아닌 결투를 하는 장면은 큰 즐거움이었달까. 기억날 만한 영화에서는 항상 암흑가에서 일하지만 유쾌한 느낌을 선사하는 역할을 자연스레 소화하시는 희한한 분.
이번 작품에서도 '하녀'의 역할로 분하셨던 윤여정님. 청부살인업체의 사장님. 권력의 주구로서 탐하는 달콤한 와인을 사랑하는 역할은 하녀에서의 이미지와 다르지 않았다랄까. 실패한 직원을 용서하지 않는 성격은 후반부에 와인때문인가 많이 누그러진다. 아마 신세경님이 분했던 조세빈이 너무 예쁘고 깜찍해서 쏠 수가 없었으리라... 아;; 그만..
'살인의 추억' 에서 형사의 역할을 했을때 '아, 이분도 장난아니다'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었다. 영화속의 모습을 보면 실생활에서도 무서운 분일 것 같다 는 생각이 들 정도. 역시 '달콤한 인생'에서 비열한 건달로 분하셨을 때도 인상깊었다. 개인적으로 '달콤한 인생' 정말 사랑하는데, 김뢰하님께서 분했던 양아치 역할이 정말 강하게 와 닿지 않았다면 영화 마지막 이병헌님의 무대뽀 총질을 절대 이해 할 수 없었을게다. 이 영화에서는 실마리를 하나 던지고 단명하신다는. 심지어 어떻게 단명하는지 조차 화면이 없어서, 영화의 대사에 집중하지 않으면 어떻게 극에서 사라져 가는지 절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충직한 수하의 역할, 그리고 송강호님과 함께 극에서 눈빛 개그를 선보였던 천정명님. '애꾸'라는 역할은 얼굴의 흐릿한 흉터 분장을 찾아내기 전 까지는 왜 애꾸인지 잘 몰랐다. 언젠가 멋진 느와르 영화의 주연을 맡아도 잘 어울리겠다 라는 생각. 많은 사람들이 그닥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엔딩이 나에게는 좋았기 때문에, 그 엔딩 속에서의 이 남자의 모습 역시 썩 마음에 들었다.
'주유소 습격사건' 에서 처음 보았을때, 정말 잘 생긴 분이다 라고 생각했다. '비열한 거리'에서도 역시 같은 느낌이었고. 한번에 확 대스타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 것을 항상 이상하다 생각 했었지만, 점점 격상되는 것 같아서 좋은 배우. 나중에 더 나이를 드시면 천호진님이나 김영철님과 같은 암흑가의 보스 또는 어딘가의 우두머리가 잘 어울릴 거 같다는 느낌.
개인적으로 한국영화 참 좋아한다. 그렇다고 90년대 이전의 작품들에까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90년대 말, 그리고 2000년대에 개봉했던 많은 영화들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많다.
'사생 결단', '살인의 추억', '달콤한 인생', '초록 물고기', '우아한 세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황해', '이웃집 남자' 등등등등의 많은 한국 영화들. 이 영화들에는 눈에 띄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그 캐릭터에 분했던 수많은 배우분들이 계시다. 특히 '이웃집 남자'의 윤제문님의 경우, 우아한 세계와 비열한 거리 양쪽에서 은갈치 양복이 매우 어울리는 인상 깊었던 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송강호님, 윤제문님, 김윤석님은 서로 색이 다르면서도 어딘가 비슷한 향기를 풍기는 구석이 있지 않나 싶다. 이웃집 남자에 대한 감상은 여기.
아무튼 실력을 가진 분들이 좋은 연기를 통해 아름다운 영상 속에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한국 영화만 DVD로 구매해서 벽 한켠에 쌓아 두고 틈틈히 돌체 구스토가 만들어내는 커피와 함께 프로젝터를 통해 즐기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런 재미난 한국 영화의 연장선 상에서, '추격자'나 기타 많은 영화에서 보여졌던 인물간 대립구도가 아닌, 남녀 주인공의 순정만화 같은 새로운 색깔의 발견은 영화의 제목 만큼이나 신비하고 새롭다. 다른 모든 것들, 이를 테면 첫장면에 영화의 엔딩을 예상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차처하고서라도, '푸른 소금'은 무언가 새로운 색깔의 영화였다는 점에서, 난 2시간여에 달하는 러닝 타임이 매우 즐거웠다.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별로인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 캐릭터 간의 관계와 캐릭터의 성향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느낌 보다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캐릭터가 존재하는 부분들이 분명 있어보인다. 그래서, 대부분의 인물들이 이야기 구성의 소임을 마치면 죽거나,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보통의 관객으로서, 영화의 스토리가 '추격자'처럼 정점에서 환상적으로 폭발 하지는 않고, 그만큼 치밀 하지 않다고도 생각 한다. 하지만 어떤가. 블리자드 같은 바람이 있으면 춘삼월의 봄바람도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극중의 대사 처럼, 빨강색 검정색 64비트의 RGB 로 조합될 그 많은 색깔이 있는 것처럼, 영화는 내게 그저 또 하나의 새로운 색으로 잔잔할 뿐이다.
그 잔잔함의 한가운데에 송강호가 있었다, 그래서 달랐다 라고 생각한다. 중년의 남자란 저런 배포와 포용력, 그리고 열정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텐가. 그런 것들이 '아저씨'에서의 원빈 처럼 아, 저런 남자는 현실세계에 없어 같은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웬지 어딘가에 은퇴한 잘나가던 중소기업 사장님으로 존재 할 것 같은, 잘 찾아보면 저런 남자도 있을 것 같은, 그런 사실적인 인물의 느낌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송강호님이 아니련가.
또한, 그러한 마음을 품어주는 중년에게 응당 관심과 애정을 품는 것 - 그것이 비록 20대의 지옥불과 같은 것은 아닐지라도 - 역시 인지상정 아닌가. 신세경님의 캐스팅은 실로 절묘했다고 생각한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소녀 같은 느낌, 감수성, 10대의 오토바이, 힘들기에 같이 힘들게 사는 친구를 위해 모든 것을 쏟기도 하는, 그런 천진난만 하지만 가볍지는 않은 그녀. 좋게 보아야 15살 정도 차이나는 아저씨에게 초면에 반말을 뱉어도 밉지 않을 수 있는 여배우가 어디 또 있을까. '집에 바로 가', 웬지 나도 심야를 보다가 그녀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면... 아.. 그만..;;
사진과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스토리 말고도 얻을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신세경님의 팬이라면 화보같은 각 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송강호님과 화려한 조연에 부푼 기대를 품고 스크린을 마주하게 된다면, 실망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내가 왜 한편의 영화를 보고 저렇게도 많은 영화를 떠올렸는가 가만히 생각 해 보니, 각 장면 장면들이 다른 한국 영화에서의 캐릭터를 차용해서 쓴 것들이 많지 않은가 싶다. 달콤한 인생의 김영철은 이경영, 하녀의 윤여정, 달콤한 인생의 오달수, 역시 달콤한 인생의 김뢰하, 또 달콤한 인생의 진구가 애꾸로, 그리고 어디선가 본 듯한 다른 많은 인물들. 그렇다고 단순히 기존의 영화들을 엮어 만들었다고 하기엔, 조세빈의 등장이 새롭고, 송강호의 연기가 전과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이전에는 어떤 직업에서든 치열하게 살아가는 중년의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인생 달관한 듯한 중년의 인상. 멜로같은 느와르, 느와르스러운 멜로, 눈 앞에 총구를 들이 대어도 '네가 쏴서 편해 질 수 있으면 쏘아라' 는, 그래서 순정영화.
난 극장에 가는것이 연중 행사이기 때문에, 영화를 본다는 사실 만으로도 즐거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였다. 역시 영화는, 사전 정보가 없으면 없을 수록 실망보다는 만족이 큰 듯.
엔딩이 참 싫다는 분들이 많은데, 난 뭐 좋다. 오히려 우아한 세계, 이웃집 남자와 같이 마치 내 모습 같은 중년이 비극적 삶으로 허물어 지는 것 보다, 색다른 멜로에 집중한 느낌이 짙기 때문에 가볍고도 유쾌한 엔딩이 마음에 든다.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사족을 더하자면 이 영화에서의 신세경님은 마치 파이널 판타지8의 리오나, 파이널 판타지 10의 유우나 같은 느낌이었다. 연예인에게 반하는건 언젠가 SKT 광고에서의 장농 속 이민정님 이후로 두번째인듯. '시트콤을 보지는 않았지만 영화에서의 단편적이고도 개인적인 신세경님에 대한 감상은,
'신적인 아름다움'.
각 배우님들의 이미지는 다음의 링크에서 가져왔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artwk84&logNo=10115415965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영화에 대한 감상은 여기.
http://pennyway.net/1744
(younjin.jeong@gmail.com, 정윤진)
전보다 나아진건지 어쩐건지 이제 일년에 극장에 두번은 간다. 나이를 먹는건지 이제 20대에 줄기차게 즐겨보았던 영화들 중 재미난 영화도 기억에 가물 가물 하고, 하는 일과 특별히 관계된 것이 아니면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것이 누군가가 머리에서 지워버렸나 싶은 생각도 가끔 든다.
그런 와중에, 어쩌면 모호해서 석연치 않을지도 모를, 아름다운 영상미를 가진 영화를 심야로 한편 보게 되었다. 그나마 휴가를 휴가처럼 보낼 수 있게 해 준 영화, '푸른 소금'.
이것은 마치 파이날 판타지
Image from: http://www.nemopan.com/files/attach/images/1116443/698/966/004/%ED%91%B8%EB%A5%B8%EC%86%8C%EA%B8%88_001.jpg
푸른 소금, 정말 제목 잘 지은 것 같다. 의미를 풀이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만화를 매우 즐겨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순정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사는데 꼭 필요한 소금과 맑음을 상징하는 푸름, 어줍잖은 생각에는 맑은 사랑, 뭐 그정도가 아닐까 싶은 생각. 그래서 새로운 장르, '순정 영화' ㅋㅋ
일견 '아저씨'의 주인공들이 나이를 먹으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데, 단순히 그렇게 비교하기엔 신세경님의 홀려버릴 듯한 깔끔한 미모와 원빈만큼은 잘 생기진 않았지만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한마디가 더 가슴에 와 닿는 나이스 중년 송강호님의 조합은 순정물의 표지에서 풍기는 느낌과 얼추 비슷하다고 할까..
나이스 중년
Image from: http://extmovie.com/zbxe/files/attach/images/126849/183/210/002/s2.jpg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모든 것을 감싸 안으려면 당최 어떤 난관을 겪어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남자라면 찐한 북어국 한 그릇에 총까지 맞아 주어야 할 대인배의 기질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영화의 다른 모든 것들 보다, 돌멩이를 보석으로 만드는 그 대인배스러운 무언가가, 예전에 은석이가 말했던 '아무 생각없이 과연 찔레꽃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의 멘트가 현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냥 니가 더 잘 살았으면 좋겠어' 라는 상투적인 멘트는 송강호님이 뱉었기에, 20대의 배우가 아니기에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치기어린 연인의 감정이라기 보다는, 마치 아버지가 딸에게 바라는 마음과 같은 느낌. 그래서 아무런 댓가 없이,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돌멩이 같았던 그녀를 보석으로 만들 수 있었던게 아닐까. 대인배의 호연 지기를 기르기 위해 극 초반에 그렇게 바다를 주구장창 보셨는지도 모를일이다.
사채를 빌려쓴 친구를 위해 폭력배의 협박에 굴하지도 않고, 팔아버린다는 멘트에 당당하게 맞서고, 초반부의 약간 여성간의 동성애스러운 묘사들이 무언가 신세경님이 분했던 역할의 청순함을 강조하려 했던 장치들이라 해도, 그녀는 스크린에 비추어지는 그녀만으로 이미 나쁜 의심이 들 가능성 자체를 없애버린다. 가죽 점퍼에 바이크는 무얼 상징하는지 모르겠지만, 고등학생 관람가인 이 영화에서 헬멧을 쓰지 않고 멋들어진 대배기량 네이키드 바이크를 타는 모습은 일견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미 청초하다. 그 청초함 때문에, 헬멧 없이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이 미칠수 있는 영향은 이미 90년대 영화 '비트'의 정우성님이 다 배포해 버렸기 때문에 보는것 만으로도 아침이슬 같은 그녀를 욕할 수는 없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 만큼 그녀는 이 한편의 만화같은 이야기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수많은 남성 관객을 집중하게 만든다.
느와르와는 다른 남자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90년대 유행했던 '남자의 향기' 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포용력. 자신이 무엇인가, 어느정도에 있는가를 아주 잘 아는 그런 남자의 이야기.
좀 아쉬웠던건 주인공을 제외한 각 인물들의 매력이 충분하게 발산되지는 않은 것 같다 라는 느낌. 이경영님은 김영철님과는 비슷한 듯 다르게 어두운 보스의 느낌을 풍기지만, 줄거리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필요 충분 조건 이상의 느낌은 별로 없다. 김민준님이 분했던 역할 역시 신세경님이 총 다루는 모습을 보고 동업자간의 경외심인지 짝사랑인지 모를 이상한 감정을 품은 간지나는 킬러 이상은 아니지 않았나. 윤여정님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는 물렁했던.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있어 인물의 관계가 주인공들의 삶에 분명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임팩트 있게 와 닿지 않았던 것은, 송강호님의 보드라운 남자 냄새와 마치 화보와 같았던 신세경님의 미모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
이분은_판타지에서_오셨나_JPG
많은 작품에서 색깔있는 역할로 등장하셨던 오달수님. 특히 '달콤한 인생' 에서의 총기 매매상 역할이 이 푸른 소금에서도 오버랩 된다. 푸른 소금에서 몇 안되는 신세경님의 미소 중 가장 밝은 모습인 것 같다. 또한, '우아한 세계'에서 송강호님과 순대국집에서 결투아닌 결투를 하는 장면은 큰 즐거움이었달까. 기억날 만한 영화에서는 항상 암흑가에서 일하지만 유쾌한 느낌을 선사하는 역할을 자연스레 소화하시는 희한한 분.
이번 작품에서도 '하녀'의 역할로 분하셨던 윤여정님. 청부살인업체의 사장님. 권력의 주구로서 탐하는 달콤한 와인을 사랑하는 역할은 하녀에서의 이미지와 다르지 않았다랄까. 실패한 직원을 용서하지 않는 성격은 후반부에 와인때문인가 많이 누그러진다. 아마 신세경님이 분했던 조세빈이 너무 예쁘고 깜찍해서 쏠 수가 없었으리라... 아;; 그만..
김뢰하님_1
김뢰하님_2
'살인의 추억' 에서 형사의 역할을 했을때 '아, 이분도 장난아니다'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었다. 영화속의 모습을 보면 실생활에서도 무서운 분일 것 같다 는 생각이 들 정도. 역시 '달콤한 인생'에서 비열한 건달로 분하셨을 때도 인상깊었다. 개인적으로 '달콤한 인생' 정말 사랑하는데, 김뢰하님께서 분했던 양아치 역할이 정말 강하게 와 닿지 않았다면 영화 마지막 이병헌님의 무대뽀 총질을 절대 이해 할 수 없었을게다. 이 영화에서는 실마리를 하나 던지고 단명하신다는. 심지어 어떻게 단명하는지 조차 화면이 없어서, 영화의 대사에 집중하지 않으면 어떻게 극에서 사라져 가는지 절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완전미남_천정명님
충직한 수하의 역할, 그리고 송강호님과 함께 극에서 눈빛 개그를 선보였던 천정명님. '애꾸'라는 역할은 얼굴의 흐릿한 흉터 분장을 찾아내기 전 까지는 왜 애꾸인지 잘 몰랐다. 언젠가 멋진 느와르 영화의 주연을 맡아도 잘 어울리겠다 라는 생각. 많은 사람들이 그닥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엔딩이 나에게는 좋았기 때문에, 그 엔딩 속에서의 이 남자의 모습 역시 썩 마음에 들었다.
이종혁님
'주유소 습격사건' 에서 처음 보았을때, 정말 잘 생긴 분이다 라고 생각했다. '비열한 거리'에서도 역시 같은 느낌이었고. 한번에 확 대스타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 것을 항상 이상하다 생각 했었지만, 점점 격상되는 것 같아서 좋은 배우. 나중에 더 나이를 드시면 천호진님이나 김영철님과 같은 암흑가의 보스 또는 어딘가의 우두머리가 잘 어울릴 거 같다는 느낌.
개인적으로 한국영화 참 좋아한다. 그렇다고 90년대 이전의 작품들에까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90년대 말, 그리고 2000년대에 개봉했던 많은 영화들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많다.
'사생 결단', '살인의 추억', '달콤한 인생', '초록 물고기', '우아한 세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황해', '이웃집 남자' 등등등등의 많은 한국 영화들. 이 영화들에는 눈에 띄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그 캐릭터에 분했던 수많은 배우분들이 계시다. 특히 '이웃집 남자'의 윤제문님의 경우, 우아한 세계와 비열한 거리 양쪽에서 은갈치 양복이 매우 어울리는 인상 깊었던 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송강호님, 윤제문님, 김윤석님은 서로 색이 다르면서도 어딘가 비슷한 향기를 풍기는 구석이 있지 않나 싶다. 이웃집 남자에 대한 감상은 여기.
아무튼 실력을 가진 분들이 좋은 연기를 통해 아름다운 영상 속에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한국 영화만 DVD로 구매해서 벽 한켠에 쌓아 두고 틈틈히 돌체 구스토가 만들어내는 커피와 함께 프로젝터를 통해 즐기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런 재미난 한국 영화의 연장선 상에서, '추격자'나 기타 많은 영화에서 보여졌던 인물간 대립구도가 아닌, 남녀 주인공의 순정만화 같은 새로운 색깔의 발견은 영화의 제목 만큼이나 신비하고 새롭다. 다른 모든 것들, 이를 테면 첫장면에 영화의 엔딩을 예상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차처하고서라도, '푸른 소금'은 무언가 새로운 색깔의 영화였다는 점에서, 난 2시간여에 달하는 러닝 타임이 매우 즐거웠다.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별로인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 캐릭터 간의 관계와 캐릭터의 성향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느낌 보다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캐릭터가 존재하는 부분들이 분명 있어보인다. 그래서, 대부분의 인물들이 이야기 구성의 소임을 마치면 죽거나,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보통의 관객으로서, 영화의 스토리가 '추격자'처럼 정점에서 환상적으로 폭발 하지는 않고, 그만큼 치밀 하지 않다고도 생각 한다. 하지만 어떤가. 블리자드 같은 바람이 있으면 춘삼월의 봄바람도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극중의 대사 처럼, 빨강색 검정색 64비트의 RGB 로 조합될 그 많은 색깔이 있는 것처럼, 영화는 내게 그저 또 하나의 새로운 색으로 잔잔할 뿐이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이남자... 다만, 이전의 영화들과는 그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언제나 그렇지만, 밥먹는 연기는 정말 세계 최강이 아닐까 싶다. 아직도 '살인의 추억'에서의 변희봉님과 밥먹으며 대화하는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잔잔함의 한가운데에 송강호가 있었다, 그래서 달랐다 라고 생각한다. 중년의 남자란 저런 배포와 포용력, 그리고 열정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텐가. 그런 것들이 '아저씨'에서의 원빈 처럼 아, 저런 남자는 현실세계에 없어 같은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웬지 어딘가에 은퇴한 잘나가던 중소기업 사장님으로 존재 할 것 같은, 잘 찾아보면 저런 남자도 있을 것 같은, 그런 사실적인 인물의 느낌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송강호님이 아니련가.
또한, 그러한 마음을 품어주는 중년에게 응당 관심과 애정을 품는 것 - 그것이 비록 20대의 지옥불과 같은 것은 아닐지라도 - 역시 인지상정 아닌가. 신세경님의 캐스팅은 실로 절묘했다고 생각한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소녀 같은 느낌, 감수성, 10대의 오토바이, 힘들기에 같이 힘들게 사는 친구를 위해 모든 것을 쏟기도 하는, 그런 천진난만 하지만 가볍지는 않은 그녀. 좋게 보아야 15살 정도 차이나는 아저씨에게 초면에 반말을 뱉어도 밉지 않을 수 있는 여배우가 어디 또 있을까. '집에 바로 가', 웬지 나도 심야를 보다가 그녀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면... 아.. 그만..;;
푸른 소금
사진과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스토리 말고도 얻을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신세경님의 팬이라면 화보같은 각 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송강호님과 화려한 조연에 부푼 기대를 품고 스크린을 마주하게 된다면, 실망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내가 왜 한편의 영화를 보고 저렇게도 많은 영화를 떠올렸는가 가만히 생각 해 보니, 각 장면 장면들이 다른 한국 영화에서의 캐릭터를 차용해서 쓴 것들이 많지 않은가 싶다. 달콤한 인생의 김영철은 이경영, 하녀의 윤여정, 달콤한 인생의 오달수, 역시 달콤한 인생의 김뢰하, 또 달콤한 인생의 진구가 애꾸로, 그리고 어디선가 본 듯한 다른 많은 인물들. 그렇다고 단순히 기존의 영화들을 엮어 만들었다고 하기엔, 조세빈의 등장이 새롭고, 송강호의 연기가 전과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이전에는 어떤 직업에서든 치열하게 살아가는 중년의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인생 달관한 듯한 중년의 인상. 멜로같은 느와르, 느와르스러운 멜로, 눈 앞에 총구를 들이 대어도 '네가 쏴서 편해 질 수 있으면 쏘아라' 는, 그래서 순정영화.
난 극장에 가는것이 연중 행사이기 때문에, 영화를 본다는 사실 만으로도 즐거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였다. 역시 영화는, 사전 정보가 없으면 없을 수록 실망보다는 만족이 큰 듯.
엔딩이 참 싫다는 분들이 많은데, 난 뭐 좋다. 오히려 우아한 세계, 이웃집 남자와 같이 마치 내 모습 같은 중년이 비극적 삶으로 허물어 지는 것 보다, 색다른 멜로에 집중한 느낌이 짙기 때문에 가볍고도 유쾌한 엔딩이 마음에 든다.
달콤한 인생, 김영철님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달콤한 인생, 김뢰하님
포풍 나뿡놈 간지
사족을 더하자면 이 영화에서의 신세경님은 마치 파이널 판타지8의 리오나, 파이널 판타지 10의 유우나 같은 느낌이었다. 연예인에게 반하는건 언젠가 SKT 광고에서의 장농 속 이민정님 이후로 두번째인듯. '시트콤을 보지는 않았지만 영화에서의 단편적이고도 개인적인 신세경님에 대한 감상은,
'신적인 아름다움'.
각 배우님들의 이미지는 다음의 링크에서 가져왔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artwk84&logNo=10115415965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영화에 대한 감상은 여기.
http://pennyway.net/1744
(younjin.jeong@gmail.com, 정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