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stem Compleat.

어느덧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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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jin.jeong@gmail.com , 정윤진 )


이리 저리 갈대처럼 쓸려다니다가 뽑혀서 싸리 빗자루에 번들로 끼워져서 바닥을 쓸다 보니 어느덧 또 여름.
개구리 우는 소리 하나 없는 서울 송파의 사무실에서,

주인님 어지러워요



정신 사나운 사무실 책상 귀퉁이에 선풍기가 자리 잡았다.  ( 잘 보면 모닝케어도.. 쿨럭;; )



뒤돌아 보니 어느덧 환갑이더라는
어느 노인의 말 처럼

사무실 한 귀퉁이의 먼지 쌓인 선풍기가
여름이 왔음을 알려준다.

더운 동안 한참이고 혹사당하는 선풍기처럼
아무리 쌩쌩 돌아도 미지근한 건물 에어컨 처럼
그렇게 살고 있나 보다.

차라리 잠깐의 부채질이었다면
조금 더 시원했으려나.

힘들어야 조금 더 값진 것 같은 이치는
결국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것.

신기루 같은 환각,
내 처지 같은 선풍기를 끄고

퇴근한다.

그런, 2010년의 여름 시작



밤에 혼자 남은 사무실은 뭔가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용히 혼자 영화를 볼 수도,  나즈막한 음악과 함께 밀린 업무를 처리 할 수도 있는.

'회사'라는 공간에서 절대 가질 수 없을 것만 같은 "나 개인의 공간" 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뭔가 묵직한 공기의 책상에서, '장기하' 의 '싸구려 커피' 를 튼다.


고녀석 참 가격 이쁘다



변색된 슬라이드 필름속
20대를 펼쳐본다

내 얼굴은 없는 내 사진
나만의 기억을 부르는 내 사진

하지만 이제는 없는
사진 속 사람들

찌들어 그립지도 않은
다만 아련할 뿐 인

중년으로의 길목


날씨 좋았지, 그랬지.



무언가 가슴속에 바람이
웬지 허용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하지만 정녕 기분 좋은 그런 바람이

살그머니 일렁인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는 가 하면
괜스레 멍해져 미소짓는

이 기분이 좋아.

고마워.


사케




사케의 달콤한 끝맛이 좋아.
천천히 오르는 알코올 기운도 좋아.

차게 먹는 사케는 상쾌한 맛을
데워 먹는 사케는 따스움이 전신에 고루 퍼지는 느낌을.

켄신 사부가 그런 말을 ,
"술은 언제 먹어도 맛있어야지. 술이 맛있지 않다면 마음 어딘가 병 들어 있는것이다."

내가 봤을때는,  켄신 사부가 니혼슈 ( 또는 사케 ) 를 먹어서 그런 소리 한거다.
소주 먹어 봐라.  ㅋ



가끔 된장짓




여름은 역시 달달하고 시원한 아이스커피 마시는 재미를 빼 놓을 수 없다.
닭장 같은 사무실에서 어찌 저찌 일하다가  마음 맞는 직원들과 즐기는 오후 즈음의 나지막한 티 타임은
꽤나 즐거운 시간.

여유의 중요성을 깨닫는 중.



몇 번의 주말과 하루,
은은하게 다시 퍼지는 삶의 향기가  몇년간 뚫려있던 무언가를
보이지 않게 막아 주는 느낌.

무엇이 어떻게 변하지 않아도 이대로도
이 느낌 만으로도

생긋한 요즘.



행복이나 슬픔 모두 한시적인 것을 알기에
그동안 힘들었던 만큼 한번의 부채질이 더욱 시원함을 알기에
어째 또 내가 몇년 살았나 보다 싶다.


( younjin.jeong@gmail.com , 정윤진 )

그대의 첫사랑은 기억속에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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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jin.jeong@gmail.com , 정윤진 )


첫사랑이죠



일본의 조그마한 호텔방 안에 편의점에서 사온 돈까스 도시락과 노트북을 책상에 펴 두고 입에 밥알 반 돈까스 반을 우물 거리던 중  Youtube 로 보고 있던, 일전에도 포스팅 했던 어느 예능의 '어부바' 에피소드에 BGM으로 깔렸던 그 노래.
입안에 음식을 가득 물고 우물 거리던 채로 노트북의 12인치 작은 화면과 찢어지는 듯한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노래에  눈물을 찔끔 쏟을 것 같았던,  그런 기억이 이 노래와의 첫 만남.

가수가 누군지도 몰랐고, 노래는 더더욱 몰랐지만 뭔가 슬펐던 그 음악.

굳이 찾아서 들어야겠다 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는 2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빗소리에 문득 기억이 나서 구글링.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만히 들어 보면, 가사는 참 아름다우면서도 뭔가 꽁냥이질이 나올것만 같은 닭살 스러움이 있는, 즐거워 져야만 하는 노래 같지만 왜 나는 비행기 착륙할 때의 하강기류를 만나 위장이 턱으로 올라오는 듯한 느낌의 슬픔이 밀려오는지 모를 일이다.

가사를 주욱 적어 보자면,


첫사랑이죠 - 나윤권,아이유

어쩜 우리 어쩜 지금 어쩜 여기
둘이 됐을까요
흐르는 시간 별처럼 많은 사람 속에..

내 맘 가득 그대 소복소복 쌓여요
내 마음 속 내 눈 가득 온통 그대
소복소복 쌓여요
차가운 손끝까지 소리없이 따뜻해 지나봐..

말하지 않아도 우리 마주 본 두 눈에 가득 차 있죠
이젠 그대 아플 때 내가 이마 짚어줄 거예요
겁내지 말아요 우리 꿈처럼 설레는 첫사랑이죠
조심스럽게 또 하루하루 늘 차곡차곡 사랑할게요..

그댈 떠올리면 발그레해지는 맘
그대 얼굴 그 목소리 떠올리면 발그레해지는 맘
하얗게 얼어있던 추운 하루 녹아내리나봐..

보이지 않아도 우리 마주 쥔 두 손이 참 따뜻하죠
그대 잠 못 드는 밤 내가 두 볼 감싸줄 거예요
서로를 믿어요 우리 별처럼 반짝일 첫사랑이죠
두근거려도 또 한발 한발 좀 더 가까이..

반가운 첫눈처럼 나에게 온 그대와 첫 입맞춤을 하고파
들려요 그대 마음 세상엔 우리 둘 뿐 인가봐..

말하지 않아도 우리 마주 본 두 눈에 가득 차 있죠
이젠 그대 아플 때 내가 이마 짚어줄 거예요
겁내지 말아요 우리 꿈처럼 설레는 첫사랑이죠
조심스럽게 또 하루하루 늘 차곡차곡 사랑할게요
You`re my first love...


첫사랑이라는 머리털 나고 나와 다른 염색체를 지닌 사람에 빠져 한마디에 가슴아프고 손짓 하나에 기쁘게 되는 '타인으로 인한 한시적 조울중' 비슷한 열병이 바로 이 노래의 주제.

받아 줄런지 안받아 줄런지 모를 알쏭달쏭한 날들을 끙끙 앓으며 버티다 버티다 드디어 참을성의 한계로인해 용자가 되어 수줍고도 힘든 고백의 단계를 지나 서로가 가까워 지는 설레임에 대하여, 세상 사는 사람 누구라도 한번은 느꼈을 가슴 뛰는 그 감정과 상황에 대한 노래를 들으며 왜 가슴이 먹먹해 지는지  나름 짱구를 굴려 보았는데.

누구에게나 그 시작은 참 아름답고 순수하며 사심없이 그사람의 웃음을 위해 목숨이라도 던질 수 있다는, 이해 관계 따위는 이미 아스트랄한 세계로 던져 대뇌 피질의 모든 것이 상대방의 행동 하나 하나를 새기기 위해 생겨났다고 믿을 정도로 단지 "그대를 위해" 라는 혼자만의 대명제 안에서 무엇이라도 할 것만 같던 시간들.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나면 그런 시간의 끝자락 마저 아름답고 순수했다고 느낄 테지만, 두루마리 휴지 한덩이를 스텐드만 켜진 책상의 눈물을 지우느라 다 써버렸던 시간을 겪고 있는 와중에는 세상에 절망도 그런 절망이 없을테다.

그대들 그리도 가깝고 행복해 지고 있지만,  그래서 '뇌'의 모든 기능을 상대방에 대한 모든 것의 기억에 쏟아 붇지만
결국 그 모든것이 잊어야 할 기억이 되었을때 만큼 슬픈일이 있던가. 

반대로 상대방의 문자 한통에, 수화기 넘어 들리는 나직한 한마디에 세상을 얻은 것 같은 그런 기분 좋은 일이 살면서 또 있었던가.



원점으로 돌아가 그럼 왜 이 노래가 참 슬플까 하는데는, 뭐 나는 예술적 감각에 대해서는 이미 블로그 제목에서 부터 "저 그런사람 아닙니다" 라고 강하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에, 철학적 용어 전혀 없는 완전 주관적인 이유를 들어 보자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짙고도 강한, 어찌할 수 없는 향수"

가 아닐까 싶다.

더 쉽게 말하면 "이제는 절대 그런 사랑은 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뭔가 자괴적인 느낌?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뜨거웠던 적이 있었는 지를 고민하지 않으며,
다만 '무엇에' 뜨거워 져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나이.

첫사랑이라는 나에게만은 소중했던 별들만큼 많은 사람들 속의 기억에서,
1곡 무한 반복으로 들으며 일을 하고 있는 현실이 애처로와 적어 본다.


이 모든 것은 그저,

"비와서 그래."


http://www.youtube.com/watch?v=aqRhvYIpkgU


( younjin.jeong@gmail.com , 정윤진 )




Connectivity through Fl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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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jin.jeong@gmail.com , 정윤진 )


옵티컬 라인도 만지고, 피복 라인도 만지고, 디스크도 만지고, 서버도 만지고 하다 보니, 어느덧 데이터 센터에 오래 머물면 무릎이 시린 나이가 되어 버렸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차디찬 에어컨 바람이 바지 단을 통해서 올라오는 곳에서 몇 시간을 서 있다 보면, 아무리 혈기 왕성한 십대라도 다음날 바로 축구는 곤란 할 지도.

전자파에 민감한 분은 애당초 이런 직업은 재고의 대상이라는 ;;  ( 딸 낳고 싶으신 분 강추 )

제목을 쓰면서는 웬지 사람사이의 관계라던가, 또는 시스템에서의 일련의 흐름 파악을 통한 장애/병목 구간의 선정이라던가, 튜닝 포인트를 찾는 다던가 하는 내용들을 풀려고 했는데,  좀 쓰다보니 그냥 사진이나 올리고 접는게 어떨까 싶은.;;


IBM SAN Switch ( Brocade )




"연결" 과  이를 통하여 발생하는 "흐름" 은 , 삶에서나 일에서나 언제나 중요한 듯 싶다.

갑자기 뭔 소린가 싶지만,  장시간의 작업으로 맛이 가서 그런거라고 ... 스스로 위안을. ㅎ

4G Fibre Link



SAN 에 대한 표준은, 언제 봐도 한번에 머리에 쏙 들어오는 것은 아니라던  고3때의 메모가 생각난다. (대체 언제부터 이런 짓을!!! )


암튼, 금번 작업은 서서 멍 때릴 시간도 별로 없었기에, 설치 디스크 올려놓고 먼산 바라 보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느낀게 많았던 듯.   물론 작업은 기획한 대로 잘 마무리 되었고, 서비스는 또다시 몇년간 이상없이 돌아가 주길 바랄 뿐.

암튼, 인생이던  서버건 디스크건 스토리지건 네트워크건

"연결과 흐름의 관계 파악"


( younjin.jeong@gmail.com , 정윤진 )

일본 출장, 5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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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jin.jeong@gmail.com , 정윤진 )


친구 : "이제는 일본 가는게 제주도 가는 기분이겠다?"
나 : "제주도는 아직 안가봐서 제주도 가는 기분이 뭔지 몰라"

그렇게 어느덧 다섯번째 출장이 되어버렸다.

매번, 많은 짐을 짊어지고 플랫폼 구성하러 바리바리 싸매고 혼자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삽질만 하던 일본 출장인지라, 이제는 주변에서 생각하는 것 만큼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다고 할까.

"출장" 이라는 타이틀로 어디를 움직이는건 정말 이제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다 라는게 몸에 배어있어서, 여행으로라도 이제 일본만큼은 어지간 해서는 가고 싶지 않아 졌다고 할까..  물론, 많은이들은 그래도 가 보았으면 하겠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JAL JL094 편, 일요일 저녁 8시 15분 비행기를 타고 가게 되었다.  제법 늦은 시간인데 사무실에서 뭐 챙길게 있어서 들렀다가 동서울 터미널에서 김포/인천 공항 직행 버스를 타고 가는 길.  주말 동서울 터미널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었다.

공항 가는 길


원래 공항에서 짐 찾는게 귀찮아서 어지간 하면 백팩 하나 메고 출장을 다니곤 했는데, 이번에는 지난 미국 출장에서 구입한 돌돌이 가방과 함께인지라 맨 앞자리에 착석.  원래 다니는 코스가 있었던 모양인데, 주말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길을 버스 기사님들끼리 정보 공유해서 요리조리 빠져나가시더라.  아마, 내부순환 어디쯤인듯.


출장 준비.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는데, 이미 체크인은 진행 중이었다. JAL의 747-400 은 최근의 엔고와 골든 위크를 앞둔 시점이라 그런지 거의 만석.  그래도 김포공항의 JAL 직원은 747 의 2층칸으로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2층에는 First Class 만 있는줄 알았더니,  아니더란 후문.  훗.



허기를 달래다.


어쩐일인지 하루종일 밥을 먹은 기억이 없어, 공항 출국장 앞의 롯데리아에 들렀다.
여행을 오가는 연인들,  연인을 기다리는 사람들, 가족들이 거의 빈자리 없이 빼곡 메워진 상태.

그냥 세트를 시켰는데, 저 똥그란거는 뭐 행사기간이라나 뭐라나 암튼 먹어보라고 주더라.
이상하게 입맛도 없고 해서 버거만 먹고 감자랑 저 똥그란건 결국 버렸다.  음식 버리는거 별로 안좋아 하는데.


하네다 제2 공항 모노레일


또 다시 와버린, 참 언제봐도 깔끔한 공항 - 하마마츠쵸 간 모노레일.
매우 늦은시간에 도착해서 차가 있을까 했지만, 다행히 있었다.

비용은 480엔, 시간은 아마 11시 쯤 되었던 것 같다.


돌돌이 가방


우드버리 아웃렛에서 아주싸게 구매한 돌돌이 가방. JFK, HND, ICN, GMP 어디에서도 같은 모양의 가방은 한개도 없었다. ㅎㅎ  원래 팩토리 아웃렛에서 160$ 정도 했던거 같은데, 거기서 더 깎아줘서 99$ 에 Get. 

용량은 넉넉하진 않지만, 옷만 넣는 다면 1개월 출장도 너끈하다.  다른것 보다, 바퀴와 손잡이가 정말 튼튼해 보이고, 실제로도 튼튼해서 매우 듬직.


일본 택시


하마마츠초 역에서 니혼바시의 호텔까지는,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요금은 기본 780엔 부터 시작하는 택시와, 820엔 정도에서 시작하는 서로 기본요금이 다른 택시가 있었던 기억.
밤 11시 반 정도가 할증이 붙는 시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사님이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이었는데 바우처에 적혀있는 호텔로 직접 전화 걸어서 찾아가 주시는 모습이 참 좋았다.  일본말과 영어를 섞어서 농담을 하셨는데, 참 멋져 보였던 아저씨.  훗.   사진은 긴자 어디쯤인 모양.

Yaesu Pearl Tokyo Hotel


벌써 이 호텔만 4번째.

익숙한 침대와, 익숙하게 좁은 방.  그리고 손바닥만한 알람 시계.
전혀 새로운 것이 없어 지난번들과는 다르게 오히려 편한 기분이었다.

호텔에서 지사, 그리고 데이터센터들과도 걸어다닐만큼 가까워서 일하기도 많이 편안하달까.
직원들이 영어도 잘 알아듣기 때문에 생활에 지장은 없지만, 아침 10시 정도 되면 청소하시는 어머님뻘의 아주머님들과는 바디랭귀지를 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일이 없는날 "Do not disturb" 를 걸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어 제끼는 아주머님과 반바지 바람으로 마주칠 수 있으니 주의.  ㅎㅎ

출근 길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바다 가까이에 있는 도시들의 하늘은 참 아름 답다.
겨울에 뉴욕에서도 출근 할때면, 빌딩들 사이로 솟구치는 붉은 태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동경은 참 탁 트인 시계와 깔끔한 거리, 건물들이 이채롭다.

왼쪽의 높은 빌딩이 가스미가세키 빌딩, 뒤의 붉수그레한 건물이 신 가스미가세키 빌딩.


일본 사람들의 출근


어디론가 다들 급하다.

지역이, 뭐랄까 우리나라의 정부 청사 근교와 비슷하달까.  문무성, 총리 관저, 국회 등이 모두 근처에 모여있고, 대부분의 중요한 정부 건물들이 많이 모여있다고 한다.  지하철 역은 긴자선 Toranomon .

신 가스미가세키 빌딩 입구


정문.

점심시간


건물 지하에서 이런 도시락을 판다.
메뉴도 다양하게 있고, 그날 그날 도시락이 바뀐다.  인근 빌딩의 사람들도 사러 오기 때문에, 점심시간은 나름 북새통.

가격은 밥+반찬이 같이 들어있는 것과 밥 따로 반찬 엄청많이 들어있는 것이 있는데, 따로 있는게 500~600 엔 사이로 비싼편.

친절한 일본


그래도 가스미 가세키 빌딩 그러면 내노라 하는 회사들이 모인 알아주는 사람들이 근무하는 장소인데, 전자렌지에 친절하게 버튼을 누르는 순서가 기입되어있는 것을 보고 참 재미있게 느꼈던 적이 있다.

도시락을 사면, 저 렌지에 넣고  1번 누른 후에 2번을 누르면 2분동안 알아서 돈다.

다른 버튼을 잘못 눌러 고장이나 오동작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나같은 일본어 까막눈을 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만히 보면 참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많이 쓰는 대단한 국민성.


총리 관저


요새는 하토야마 아저씨가 살고 있는 곳이겠지.
가까이서 보면 담도 무진장 높고, 나무숲이 우거져서 안에는 잘 안보인다.
다만, 입구 주변에는 모두 경찰들이 서 있고 담벼락 사이 사이에는 숨어있는 감시카메라들이 보인다.

뭐랄까, 일반인들의 생활 공간 안에 저렇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일, 일, 일


이런 저런 것들을 점검하고 확인, 변경하면서 일을 마무리 하고.

Lucky Strike


피우면 죽는다는 전설의 럭키 스트라이크 빨강색을 구입.

하루에 한갑 반 정도씩 피웠던 것 같다.   준호형은 전자담배 사서 맛나게 피우던데, 나도 독한거 대신 슬슬 금연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Kasumi Dining


피곤해서 원래 저녁 생각은 없었는데, 급작스럽게 밥을 같이 먹게 되어서 찾아간 옆 빌딩의 식당.
많은 식당이 모여있다. 하지만, 돌아다녀도 맥주가 그리 싼 곳이 없어서 밖으로 나와 YEBISU BAR로 가는 중.

사랑스런 맥주들


일본의 맥주는, 정말 맛있다.
메뉴의 맥주를 빼놓지 않고 하나씩 마셨었는데, 하나같이 거품이 아름답고 맛있고 부드럽고 시원하달까.

일본 여행을 계획한다면, 정말 맥주는 종류별로 하나씩 다 먹어 보기를 권고할 정도로, 술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도
꼭 먹어보길 권한다.  정말 맛있다.


사랑스런 메뉴들



양이 많다고 착각하면 안된다.  주문하면 손바닥 만한 접시에 나오는.
하지만, 맛은 정말 일품.


흑맥주


정말정말정말정말 맛있는 맥주.
하지만 마크는 웬지 금복주 분위기.  후훗.




다양한 안주들.

저 오징어 같이 생긴 안주는, 칸다상이 좋아한다고 해서 시킨건데 나는 일단 안먹어봤다. (해물은 왜 원래의 모양을 항상 그대로 유지하는지가 불만인 1인 )

다른건 다 비슷비슷 하고, 첫번째꺼는 오징어를 얇게 썰어서 마요네즈를 뿌린것, 두번째꺼는 콩나물과 함께 볶은 곱창(?)
네번째는 닭고기, 다섯번째는 고로케다.

다른 맥주


언제봐도 참 거품은 예술인게다.


YEBISU BAR



다른것 보다, 차분한 분위기가 좋았다.
마치 커피숍 같지만, 떠들석하지 않고 부산스럽지도 않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조용히, 하지만 즐겁게 맛있는 안주와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곳.

둘이서 이천엔 정도면 상큼하게 마시고 퇴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장어 덮밥(?)



일본에 갈때마다 꼭 일부러라도 한번씩은 찾아 먹는 장어 덮밥. (우나돈 이던가 우나기 던가...)
이름이야 어찌 되었든, 적절한 양념간에 따뜻한 밥과 함께 한젓가락씩 떼어 먹는 맛과 재미가 일품이다.

잘하는 집은 보통 한그릇에 2~4천엔 정도, 싸게 먹는 곳에서는 800엔 부터 있었던 것 같다.

혼자서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푸는, 또하나의 탈출구 랄까.  일본가면 나는 이거는 세상 없어도 한그릇은 먹고야 만다.  후훗

다이마루


어디로 출장을 가던, 절대 사비를 환전해서 들고 나가지 않고 현지에서 출장비 만으로 버티는 나름의 고집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4만엔 정도 환전을 해서 갔다.  이런 저런 약속들도 있었고 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백화점에 들렀던.
아직도 궁금한건, "RABOKIGOSHI" 라는 일본 브랜드가 과연 유명한 것인가 이다.

아! 그리고 이번에 발견한 또하나 신기한것은, 일본 백화점 매장의 점원에게, "나는 구두나 여성의류는 잘 모르겠으니 하나 선택을 해 달라" 고 하면, 본인도 절대 결정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물건을 내어 온다. 아마도, "아 이 손님이 지금 이 물건이 맘에 안들어서 이런소리를 하나 보다" 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기분.

구두를 고를때, 색을 가지고 고민한 적이 있는데 거기 점원이 과감하게 한가지 색깔을 고르길래 에누리 없이 바로
"그럼 그걸로 합시다" 라고 했더니 매우 놀란 표정.  괜찮다고 방긋 웃어주니 그제서야 포장하러 가더라는.

역시, 가깝지만 먼 나라.


뭔가 비싼 구두.


이 두 색을 가지고 한참 고민 했었는데, 결국 점원이 결정 해 준 것으로 GET!


마지막날, 편의점 만찬


출장 마지막날이 일본 천황 생일이던가,  아무튼 목요일 오후에 나만의 만찬을 즐겼다.
일본에서도 유튜브로 "우리 결혼했어요" 의 아담부부 전 스토리를 약 3회 정도 감상해 가면서 차근 차근 먹었다는.

결국 밤에 편의점 가서 담배를 저거 말고 한갑을 더 사야 했다.
왜 아담 부부는 시종일관 내게 엄마 웃음을 짓게 하면서 담배를 태우게 만드는 것일까.  호호호
맥심 인스턴트 커피가 있다는 놀라운 사실!


Hotel Card Key


호텔 카드키.  이런 시스템은 우리나라랑 비슷 하다.
단, 키는 날짜 제한이 걸려있고, 해당 일자가 지나면 카드키는 무효가 된다.


귀국 하는 길, 꽁짜 순환 버스



귀국 하는 비행기는, JL091 편으로 아침 9시 20분 비행기였다.
호텔에서 원래 잠을 밤 10시쯤 부터 자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잠이 또 오지를 안아서 뜬눈으로 밤을 새다가, 모노레일에서부터 졸았다.

공항에 아침 6시 반에 도착했는데, 역시 체크인을 하고 있어서 바로 체크인을 했는데, 어이없게도 맨 뒷좌석.
이래서 사람은 국적기를 타야 대우받는다.  쳇.  날씨도 좋은데 맨 뒷자리 어찌나 흔들리던지.

이번 일본 출장을 압축하자면,

1. 이제는 좀 편하고 익숙해서 "글자나 말을 좀 잘 알았으면 더 좋겠다"
2. 일은 역시 언제 와도 빡세다
3. 혼자 다니는건 이제 그만하고 싶지만, 앞으로 몇년은 더 해야 할 듯.
4. 먹는거 조절로 살빼는게 가능하더라.

이외에도 많이 있지만, 뭐 블로그니까 이정도로.


아, 그리고 해외에서 선물 사시는 분들, 뭐 당연한 이야기 겠지만 항상 Tax Refund 는 꼭 챙기도록 하자.
나는 해외 어디에서도 자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물건에 메겨져 있는 세금을 낼 필요는 없다.  따라서 일정 부분을 환급 받게 되는데, 이번 다이마루에서의 경험상,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면 여권에 아래의 사진과 같은 딱지를 붙여준다.

Tax Refund


동경역의 다이마루 백화점은, 9층에 보면 Tax Refund 코너가 있다.  거기에 구입한 물건의 영수증을 들고 가면, 저렇게 알아서 다 처리 해 준다.  저런 영수증을 써 주고, 여권에 붙여 주면, 나중에 출국할때 출국 심사관이 여권에 함께 붙어있는 종이 쪼가리와 함께 떼어 간다.  내역을 대강 보면, 3만 6천엔어치에 1천 8백엔을 되돌려 받은 사실을 알 수 있다.

뭐 작다면 작은 돈이지만, 그래도 3끼 편의점 식사비 또는 맛있는 맥주 2~3잔 값이니 발품을 팔아서라도 돌려 받자.

단, 뉴욕주는 그런거 없댄다. ㅋ

아.. 일본 출장 이야기는 앞으로 특이한거 없으면 더 쓰지 말아야 겠다.  심들다. ㅋ


( younjin.jeong@gmail.com, 정윤진 )

시청자로서의 행복한 가상, "아담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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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jin.jeong@gmail.com, 정윤진 )

원래 TV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라서, 주말에 가끔 '무한도전' 말고는 그다지 기억나거나 하는 예능 및 기타 장르에 대해서 밝지 못하다.  굳이 TV를 보지 않아도  볼거리가 풍부해서라기 보다는, 그저 먹고사니즘에 빠져 하루하루를 징하게 살다 보니 자연히 아주 기초적인 문화생활도 즐기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하는게 맞으리라.

주말에 오랜만에 리모콘을 잡았다.  사실, 늦잠 후에 혼자 차려먹는 점심용 소일거리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보니, 케이블 채널 76 이던가, "meet 1" 이라는 광고가 계속 나오던 채널에서  '우리 결혼했어요 - 아담커플' 만 가지고 계속 방영해 주고 있었다.  보다보니 빠져들어 오전 11시 즈음 부터 오후 5시 경까지  즐겁게 보게 되고, 결국 이렇게 포스팅질이다.   이전에 MBC 드라마 '이산' 을 본 이후에 TV에서 뭘 본거 가지고 포스팅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 타임스퀘어에서 본 '아바타' 도 그냥 입닥 하고 있었는데. ㅋ


출처 - MBC 인듯.



이 두 분이 쉴새없이 '부부' 임을 가장하고 벌이는 '연애 행각'은,  거두 절미하고 나를 계속 웃음짓게 했다.  중간 중간 광고 시간마다 대체 여자친구 하나 없는 내가 왜 이렇게 주말에 TV 앞에서 대책없이 실실 웃어야만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이게 참 스스로 결론 내리기가 쉽지 않더라.   물론 '우리 결혼했어요'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논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미 주말 버라이어티로서 풋풋한 20대 초반 커플의 알콩달콩 해 보이는 모습은  중년으로 치닫고 있는 내 가슴속 어딘가에서 널부러져있던  '청춘' 과 같은 단어를 살포시 자극해 주는 기분이랄까.  그 젊은날의 감수성과 순수함으로 브라운관에 들이대는 모습은,  젊기 때문에 가능해 보이는, 어리기 때문에 더욱더 아름다워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극을 이끌어 나가는 기본적인 전제가 '결혼' 이니 만큼, 그냥 한번 '결혼' 해보니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사람이 정말 괜찮더라 또는 괜찮지 않더라의 결론이 내려지게 되고, 이는 '결혼' 자체가 가지는 환상적인 모습만을 극에서 가져가는 것이, 청소년 이나 애들에 잘못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 정도. 물론 나한테야 그런 부정적 영향은 별로 없지만,  짧게 생각 해 봐도 '그럼 한번 살아보지 뭐' 하는 마인드에 부채질 하는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이 외에도, 다소 비현실 적인 각종 설정들이 눈에 띈다.  아 물론, 이건 대한민국 연예인이라면 별로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에게는  신데렐라가 따로 없는 지경이다.

어느날 편지 하나로 집이 생긴다던가, 유명 가수들이 집들이에 와서 흥을 돋군 다던가, 콘서트에서 직접 노래를 불러준다거나 하는 것들이 아마 그런 것일게다.  이러한 일반인으로서는 평소에 생각하기 힘든 것들을 공주파에서 보여 줌으로서 불러오는 부작용은 아마도, 대한 민국 여성들의 눈높이 상향  재조정? 이 아닌,  그야말로 동화속 왕자님이 뛰노는 '가상' 으로의 착각 인 것이다.  이것이 왜 심각한 문제인고 하면,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 여성이 생각하는 결혼에 대한 큰 '기준' 이 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기준'들은 고민 없이 해결이 된 상태라면, 글쎄, 어떨까?

아담부부가 리얼리즘 속으로 빠져든다면, 연예인이라고 먹고사니즘이 없을 수도 없는 일이고, 보다 더 이루고 싶은 무엇에 대한 성취욕 등 많은 요소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약간은 더 힘들지 않을까, 또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연애" 가 아닌 "결혼" 이라면 약간은 첨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뭐 아주 자그마한 티비쇼를 보는데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 나만의 심려일 뿐.

하긴,  이미 스타인 그들의 연애 자체가 나와 같이 먹고사니즘에 봉착한 사람에게는 가상 일 수 밖에 없지않나 싶다.

허나, 처음에서 거두 절미 하고 말했듯, 나를 미소짓게 만드는 이들의 모습은 바로   손가락에 서로 반지를 그려 준다던가 서로 애교로서 감정을 표현한다던가, '오방실' 과 같은 여러 가지 일련의 대화의 흐름, 사건의 진행은 참으로 자연스러워서 보는이로 하여금 행복감에 빠져들게 만들고,  서로 재능들이 출중해서 각 하나 하나의 사건들이 참 재미가 있더라.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앞으로 둘이 어떻게 되던지 간에 이미 보여준 그런 좋은 모습들이 아마 많은 사람의 묵혀있던 감성을 깨웠을 것이고, 그것 만으로도 두분이 주말 버라이어티, 나아가 공주파에서 하나의 바람직한 연애상을 보여주었음에 관련되신 모든 분께 개인적 감사를 드린다.  샤베트 같이 상큼한 즐거움, 정말 오랜만이었달까.


두분 다 노래를 참 잘하셔서 그런지, '우리 사랑하게 됬어요' 노래는 이전부터 계속 들어왔지만,  오늘 더 산뜻하게 다가오는 것이 참 좋구먼.


사진 출처 - MBC 인듯


아~ 나도 라는 질투 또는 부러움 가득한 생각 보다는, 아련한 기억에 포근하게  젖게 만드는 두분의 애정행각이 더 길게 이어졌으면 하는 개인적 소망과 함께  마무리 지으며, 두 분 다 개인적으로도 좋은 인연 많이 만드시길.


( younjin.jeong@gmail.com, 정윤진 )